국내 최대 건설회사들인 대우건설과 현대건설[000720]이 매번 '글로벌 위기'에 직격탄을 맞아 새 주인 찾기에 애를 먹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사모주식펀드(PEF)를 조성해 인수를 추진 중인 대우건설[047040]이 최근 유럽발(發) 위기 등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산은 PEF는 대우건설을 주당 1만8천원에 매입키로 했으나 현 시가는 매입가의 반토막 이하로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발 악재에 따른 시장 악화로 대우건설 주가는 27일 8천660원에 마쳤다.
앞서 금호아시아나그룹에 팔렸던 대우건설이 다시 산업은행으로 넘어가게 된 계기도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장이 극도로 침체됐기 때문이었다.
또 산은이 대우건설 인수에 애를 먹는 상황에서 연이어 인수.합병(M&A)시장에 나올 채비를 하고 있는 현대건설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현대건설 주주협의회는 산은의 대우건설 인수 과정이 마무리되는 6월부터 현대건설 매각에 나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산은의 대우건설 인수 작업이 늦어질 경우 맞물려 현대건설 매각을 추진하기가 어려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
채권단 관계자는 "산은이 대우건설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건설까지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 M&A시장이 경색될 우려도 있다"며 "산은 PEF의 자금 조성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현대건설 매각에 착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 현대건설도 2006년 4월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졸업하고도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인수.합병(M&A)시장에서 새 주인을 찾지 못하는 딱한 처지다.
주주협의회는 워크아웃 졸업 이후 수차례에 걸쳐 현대건설 매각을 논의했지만 시장상황 등에 가로막혀 번번이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특히 2008년 하반기에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현대건설 매각 기회를 놓쳤다.
주관은행인 외환은행은 올해 4월 운영위원회 실무위원회를 열어 늦어도 5월 중에는 현대건설의 M&A추진 건을 안건으로 상정하겠다고 나섰다. 동종업체인 대우건설 매각도 추진되고 있는데다 글로벌 금융위기도 가라앉아 시장 상황이 호전됐다는 판단에서다.
정책금융공사 관계자는 "채권단 공동관리 및 매각 준칙이나 기업 발전 측면에서 볼 때 워크아웃을 졸업한 글로벌 기업에 조속히 경영능력이 있는 주인을 찾아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현대건설 매각은 오래 전부터 계획된 것으로 오히려 시기적으로 늦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만 산은 PEF의 대우건설 인수를 위한 자금조성 등의 진행상황을 고려해 현대건설 매각 시기를 고려하되 시장이 조만간 안정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는 만큼 금융기관들 간 협의를 통해 6월 말 이전에는 매각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전했다.
외환은행은 주주협의회(운영위원회) 금융기관들에 내달 말까지 매각주간사를 선정하자는 내용의 '현대건설 M&A 추진을 위한 매각주간사 선정 건'을 운영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해 의결할 것을 서면으로 통지했다.
이에 따라 주주협의회 소속 9개 금융기관들은 내달 중순까지 외환은행에 현대건설 매각 착수에 대한 동의 여부를 제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