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화재가 고객의 신용카드를 무단으로 도용하다가 덜미를 잡혀 파장이 예상된다.
자신의 신용카드로 타인의 보험료가 결제됐다는 내용의 소비자 제보가 발단이 됐다. 동부화재 측은 잘못을 인정했으나 사건의 원인이나 재발방지 마련을 위한 구체적인 입장표명 없이 연락을 끊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더욱이 피해자에게 상품권 제공을 미끼로 사건을 은폐하려 했던 정황까지 포착돼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 "고객 개인정보, 모든 직원이 열람할 수 있나"
제보에 따르면 김모씨는 그간 동부화재의 보험상품에 가입해왔다. 보험료는 '신한카드'로 결재해 왔다.
그런데 최근 김씨는 동부화재 다이렉트에서 자신 명의의 '롯데카드'를 이용해 타인의 보험료를 결제한 사실을 알게 됐다. '신한카드'가 아닌 보험상품과 전혀 무관한 다른 카드의 정보내역을 동부화재 측이 알고 이를 도용했다는 얘기다.
김씨를 의아하게 만든 대목은 따로 있었다. 자신의 카드로 결제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동부화재 측으로부터 결제동의와 관련된 제반 연락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김씨는 즉시 동부화재 측에 항의했다. 업체 측은 롯데카드로 결제된 내역을 취소한 채 이렇다 할 해명은 하지 않았다.
김씨는 "지속적인 문제제기에 동부화재 측이 '상품권을 주겠다'는 말로 응대해 더욱 기분이 나빴다"며 "(고객의) 개인정보를 내부 직원이라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부화재 측은 고개를 숙이면서도 해당 사건의 배경에 대한 명확한 답변은 내놓지 않아 의혹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 취재 회피, 왜?
이 회사 관계자는 "우리 쪽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김씨에게 양해를 구했다"며 "고의적으로 잘못을 저지른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는 구체적인 사건 원인을 비롯 사건 은폐의혹, 재발방지 대책마련 등과 관련한 언급 없이 더 이상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의문부호가 새나왔다.
한 소비자는 "고객의 동의도 없이 업체 측이 개인정보를 임의로 사용한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동부화재의 개인정보 관리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잘못을 저지른 뒤 잘못을 인정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업체 측은 구체적인 원인규명도 없이 문제를 덮으려는 데만 급급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