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실로 들어가기 전 문씨는 "국정원이 내부 결재를 거쳐 음란물을 제조∙유포했다"며 "이명박 정권의 수준이 일베와 같은 것이 아닌가. 세계만방에 국격을 있는 대로 추락시킨 것에 대해 경악스럽고 개탄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정원이 블랙리스트 부분에 대해 이명박 전 대통령께 직보했다는 게 확인된 것"이라며 "이 사건 전모를 밝혀내면서 동시에 이 전 대통령도 직접 소환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블랙리스트는 어떻게 보자면 국민 세금이 그다지 많이 탕진되지 않았고 화이트리스트에 지원된 돈이 훨씬 클 것"이라며 "어버이연합을 비롯한 극우 단체, 일베 사이트 등에 어떤 지원이 있었는지에 대해 꼭 밝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에 한마디 해달라'는 요청에 문씨는 "국민의 사랑을 받는, 우리 국가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국정원으로 다시 태어나려면 과거에 잘못된 일에 대해서 아픔이 있더라도 견디고 꼭 청산해 주시길 바란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준비 중인 민사소송에 대해선 "지금까지 5∼6명 정도가 참여 의사를 밝혀왔다"며 "피해사례 수집을 이번 달 정도까지 받아 다음 달에는 소장을 내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정원은 원세훈 전 원장 재임 초기인 2009년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구성, 정부 비판 성향의 연예인이 특정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도록 압박했다. 문씨는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문화예술계 인사 82명 중 1명이다.
국정원은 문씨 이미지를 실추시키기 위해 문씨와 마찬가지로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배우 김여진씨와 문씨가 나체로 침대에 누워 있는 사진을 합성해 유포하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씨는 자신이 출연한 케이블 방송 드라마 감독이 중도에 교체되고, 부친인 고 문익환 목사의 뜻을 교육철학으로 삼아 설립한 대안학교 '늦봄문익환학교'가 국정원 사찰을 받았다는 등의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함께 노사모 활동을 한 배우 명계남씨가 과거 사행성 게임인 '바다이야기'에 연루됐다는 낭설에 휩싸인 일도 언급했다.
검찰은 이날 문씨를 시작으로 주요 피해자들을 불러 조사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당장 오는 19일에는 방송인 김미화씨의 출석이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