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와의 전쟁②] '숲세권' 아파트는 과연 안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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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와의 전쟁②] '숲세권' 아파트는 과연 안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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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가루, 숲세권 아파트 숨은 복병…관련 제품∙예보로 극복

▲ 서울 외곽의 한 숲세권 아파트 단지 전경
▲ 서울 외곽의 한 숲세권 아파트 단지 전경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사해 발표한 '더 나은 삶 지수' 환경부문에서 한국의 대기오염 수치는 38개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봄철 흩날리는 황사와 꽃가루부터 한여름 극에 달하는 오존, 365일 일상이 돼버린 미세먼지까지, 하루하루가 공기와의 전쟁이다. 바깥 공기는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집 안에서만큼은 맑은 공기를 마시길 원하는 소비자들의 고군분투가 이어지고 있다. 공기 질을 둘러싼 관련 업계의 고민도 날로 깊어지고 있다. [편집자주]

[컨슈머타임스 김수정 기자] #. 경기도 용인시의 녹지 인근 아파트에 10년 가까이 살고 있는 30대 '워킹맘' 최모씨는 진지하게 이사를 고민하고 있다. 봄부터 초여름까지 송홧가루를 비롯해 밤나무∙삼나무 꽃가루가 실내로 날아 들어와서다.

음식 조리 후에나 청소 할 때 환기하려고 창문을 열었다가 온갖 먼지와 가루가 집안을 뒤덮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주말이면 발코니부터 방 안 곳곳까지 침투한 꽃가루를 닦아내고 각 방의 공기청정기를 청소하느라 쉴 틈이 없다. 3살 난 딸아이는 알레르기 증상을 나타낸다.

최씨는 "숲세권에 산다고 부러워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실은 뒷산에서 각종 꽃가루가 어마어마하게 날아와 창문 열기가 곤란하다"며 "거실과 각 방에 공기청정기를 두느라 드는 비용과 노력이 만만치 않은 데다 아이 건강도 염려돼 이사를 해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 꽃가루, 숲세권 아파트의 숨은 복병

미세먼지가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주택시장에서 급부상한 키워드가 있다. 바로 '숲세권'이다.

근처에 숲이 있는 아파트의 경우 여지없이 작명에 '00숲'이 활용된다. 숲이 아니라도 인근에 공원과 같이 조그맣게나마 녹지가 있는 아파트의 경우 '00숲'이란 이름이 붙곤 한다.

작년 말 분양된 서울 마포구 신수1구역 재건축 단지인 '신촌숲 아이파크'는 신촌 행정구역도 아니고 바로 옆에 커다란 숲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경의선숲길'과 마주했다는 이유로 '신촌숲'으로 시작하는 이름을 얻었다. 덕분에 도심 속 아파트임에도 청정 이미지를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4월 분양된 강북구 미아9-1구역의 '꿈의숲 효성해링턴 플레이스'는 단지 초입에서 10여분 거리에 위치한 서울 지하철 4호선 미아사거리역을 과감히 포기하고 단지 옆 거대한 도시 숲인 '북서울 꿈의숲'을 이름에 끌어들였다.

실제 숲세권 아파트의 미세먼지 농도는 다른 지역보다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지난 6월 도시 숲이 도심의 미세먼지(PM10)를 25.6%, 초미세먼지(PM2.5)를 40.9%까지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도시 숲이 특히 초미세먼지 농도를 효과적으로 낮춘다는 점이 입증된 것이다. 숲 옆 아파트는 다른 곳보다 공기가 맑을 것이란 유추가 가능하다.

하지만 도시인은 모르는 숲세권 주민들만의 고충이 있다.

봄부터 초여름까지 숲 속 소나무와 잣나무, 밤나무, 삼나무 등에서 날아 들어오는 꽃가루다.

꽃가루 농도는 기온이 높아질수록 함께 높아져 15~20℃일 때 최고치가 된다. 여기에 최근 국내에서처럼 강수량이 적으면 꽃가루 농도는 한층 더 짙어진다. 기온 상승이 대기를 오염시키고 이산화탄소를 늘려 꽃가루 농도를 높이고 꽃가루 날림 기간을 늘리는 것이다.

꽃가루가 집 안으로 침투하면 위생상 좋지 않을 뿐 아니라 호흡기와 안구∙피부 질환을 일으키는 등 건강에도 좋지 않다. 놀이터 시설과 주차해둔 차 위에 수북이 쌓인 꽃가루도 처치곤란 애물단지다. 알레르기를 가진 사람은 눈물 콧물을 흘리고 재채기를 하느라 고생을 해야 한다.

◆ 방진∙공조 제품 활용…꽃가루 위험지수 체크

숲세권 아파트도 공기 안전지대는 아니다. 별도로 공기청정기와 같은 제품 사용이 필수로 여겨진다.

요즘엔 꽃가루 침범이 잦은 지역이나 도심을 중심으로 일반적인 공기청정기 외에 창문에 씌우는 방진막이 인기를 끌고 있다. 촘촘한 필터를 창문에 씌우는 일명 '창문형필터'(창문형 미세먼지 필터)다.

창문형필터는 창문 프레임 형태로 제작돼 창문틀에 끼우기만 하면 된다. 방충막보다 미세한 촘촘한 구멍이 각종 부유물질을 걸러내지만 통풍은 자유롭다. 3M과 락앤락을 비롯해 텍스토머, 화목한가정 등 중소기업들이 창문형 필터를 개발∙판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숲세권의 경우 하루 중 수목류의 꽃이 피면서 꽃가루가 널리 번지는 오전 6~10시 사이 환기나 야외활동 자제를 권한다.

기상청이 올 4월부터 누리집을 통해 제공하는 지역∙종류별 '꽃가루농도위험지수'를 확인하고 환기나 외출 계획을 세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꽃가루농도위험지수는 위험도에 따라 낮음, 보통, 높음, 매우 높음 등 4단계로 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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