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家 '해운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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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家 '해운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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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사업목적에 '해상운송업' 추가
현대중공업이 최근의 주총에서 해운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 정관변경안을 확정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선.중공업 분야에서 국내 최대 업체인 현대중공업이 해운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해운업계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

현대중공업이 해운업을 시작하면 현대그룹의 현대상선, 현대.기아차그룹의 글로비스를 축으로 하는 현대가(家) 그룹의 '3각 해운사 체제'가 갖춰지게 된다.

◇현대중공업 해운업 뛰어드나 = 현대중공업은 지난 12일 정기 주총에서 '해상운송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 정관 변경안을 승인했다.

국내외 해상운송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조선시황이 악화하면서 해운업체들이 주문한 뒤 인수하지 않는 선박등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정관 변경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조선소에서 필요한 자재 수송 등을 원활히 하려면 자체 해운업 면허가 절실하다는 점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과거에 현대상선이 설립된 배경도 현재 상황과 유사하다.

1974년 현대중공업은 울산에 단일 조선소를 준공하면서 해외에서 초대형 유조선 2척을 포함해 12척의 대형 선박을 수주했으나 오일 쇼크로 자금압박에 시달린 일부 선주들이 선박 3척의 인수를 거부했다.

현대상선(당시 아세아상선)의 모태가 바로 이들 선박이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수주한 선박 가운데 인도하지 못하는 선주들이 나타날 경우 해당 선박을 기반으로 해운업에 진출하기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운업을 정관에 포함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가 한지붕에 세 해운업체(?) = 현대중공업이 해운업에 진출하면 현대가(家) 3개 그룹은 나란히 해운사를 하나씩 두게 된다.

현대그룹에는 현대상선이라는 국내 굴지의 해운사가 있고, 현대.기아차그룹도 종합물류회사인 글로비스를 통해 해운업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2002년까지 현대차와 기아차의 수출용 자동차까지 운반하면서 업계 1위를 고수했지만, 같은 해 말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자동차 운반사업 부문을 유코카캐리어스에 넘겼다.

현재는 한진해운과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양대 선사로 꼽힌다.

글로비스는 해운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비스는 지난달 11일 자동차운반선 3척을 발주하기로 해 기존 보유 선박 4척(벌크선 1척 포함)을 포함해 총 7척의 선대를 꾸리게 됐다.

현재 현대.기아차의 해상수출 물량 운송은 유코카캐리어스와 글로비스가 나눠 담당하고 있다.

글로비스는 작년 7월 울산항에서 선적된 현대.기아차 수출차량 4천여 대부터 운송을 맡기 시작했다.

유코카캐리어스의 독점적 운송비율은 현재의 80%에서 내년까지 65%로, 2015년까지는 60%로 낮아질 전망이다.

글로비스가 유코카캐리어스로부터 운송 물량을 받는 방법으로 수송 물량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촉각' = 해운업계는 현대중공업의 해운업 진출 움직임이 구체화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컨테이너선을 운용하려면 체인망이 필수적인데, 돈이 많다고 해도 막대한 투자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다소 회의적은 반응을 보였다.

컨테이너선의 경우 하나의 항로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선박은 물론 해외 각 기점에 직원과 시설을 둬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투자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외국 선사들과의 제휴를 위해서는 수십 년간 축적된 노하우가 필요한 점도 현대중공업의 해운업 진출을 낙관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벌크선 분야에서도 국내 유수의 해운사뿐 아니라, 세계적인 선사들과도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작년에 닥친 최악의 불황으로 선박 값이 많이 떨어져 있는 만큼 지금이 투자의 적기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어떤 식으로 해운업에 진출할지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은 없지만, 해운업이 불황일 때 과감하게 투자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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