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은행·경찰 연달아 사칭 새로운 수법 기승

자신을 국내 한 유명 은행에서 일하는 '이○○ 대리'라고 밝힌 남성은 장씨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대며 "지난달 2일 은행 카드를 신청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미 같은 은행 신용카드가 있고 더 신청한 적이 없다는 장씨의 답변에 남성은 누군가 명의를 도용해 카드를 만든 것 같다며 은행에서 대신 경찰에 신고를 해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에서 전화가 오면 카드 신청을 한 적이 없다고 있는 그대로 얘기하라는 말과 함께 남성은 전화를 끊었다.
이 남성의 말대로 몇분 후 '1566-0112'라는 발신번호가 뜬 전화가 왔다. 이는 경찰민원정보안내센터의 전화번호다.
형사라고 신분을 밝힌 남성은 카드 명의 도용사건을 접수했다면서 주거래은행, 통장 종류, 잔액 등을 꼬치꼬치 캐물었다.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든 장씨는 전화를 서둘러 끊고 발신번호인 '1566-0112'로 전화를 했더니 센터 직원은 '보이스 피싱(전화금융사기)' 전화라고 했다.
'1566-0112'는 착신만 되는 전화번호여서 발신번호로는 뜰 수 없다는 설명이다.
보이스 피싱 수법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널리 알려진 자녀 납치, 공공요금 연체 등을 미끼로 한 고전적인 방법이 차츰 사라지고 은행과 경찰을 연계해 사칭하는 새로운 수법이 등장한 것이다.
명의를 도용당해 새 카드가 사용되고 있다며 불안감을 조성한 다음 경찰 민원안내 전화번호를 이용해 신뢰감을 심어주고서 돈을 빼내는 방식이다.
실제로 14일 인터넷 상에는 같은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는 피해 사례의 글이 많이 올라 있다.
아이디 'love***'는 "엄마가 경찰을 사칭한 전화를 받고 카드 비밀번호와 계좌번호 등을 다 알려줬는데 느낌이 이상해 은행에 확인을 해보니 통장 잔고가 하나도 없었다"고 피해 사례를 전했다.
특히 조선족 특유의 억양이 있어 쉽게 사기임을 짐작할 수 있었던 이전과는 달리 이번 보이스피싱 전화는 전형적인 한국인 말투를 사용하는데다 피해자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정확히 대고 있어 속아 넘어가기 쉽다.
장씨는 "내 이름과 생년월일을 알고 있길래 진짜 은행에서 전화를 한 줄 알았는데 확인을 해보니 우체국 보험과 관련한 상담 전화로 연결됐다. 예전 보이스피싱 전화와 달리 조선족 억양이 아닌 보통 목소리여서 속아 넘어갈 뻔 했다"고 말했다.
서울지방청 민원정보안내센터 관계자는 "최근 경찰 수사를 운운한 사기 관련 문의전화를 많으면 하루에 400통 이상 받고 있다. 사기꾼들이 인터넷 전화를 이용해 발신번호를 센터 번호로 바꿔 전화를 하는데 '1566-0112'가 뜨면 100% 사기전화"라고 설명했다.
'110 정부민원 안내 콜센터' 관계자는 "피해사례 홍보 등을 통해 보이스피싱이 줄고 있지만 신종 수법을 이용한 사기 행위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전화 사기가 의심되면 국번없이 110 또는 1379로 전화해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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