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높은 열효율을 자랑하는 귀뚜라미보일러의 '4번타는 보일러'에 심각한 구조적 결함 증상이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보일러 내부에서 생성되는 응축수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한 채 낮은 기온에서 그대로 동결, 보일러 오작동을 일으킨다는 소비자제보가 발단이 됐다.
귀뚜라미 측은 설치기사 탓으로 돌리는데 열을 올렸다.
◆ 사흘만에 깨진 기대 '따뜻한 집'
'4번타는 보일러'는 콘덴싱 방식이다. 이 방식은 보일러 내 배기가스를 열 교환기에 통과시키고, 그 과정에서 내포된 수증기를 물로 바꿔 열에너지를 회수한다. 이때 산성의 응축수가 발생된다.
김모(경기도 여주군)씨는 최근까지 사용해 오던 노후된 보일러를 귀뚜라미 제품인 '4번타는 보일러'로 교체했다. 신제품인 데다 열효율이 뛰어나다는 홍보문구가 김씨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 잡았다.
동장군의 기승도 가볍게 물리칠 것이라 김씨는 기대했다. 그러나 제품설치를 완료한지 불과 사흘 만에 과열현상으로 인해 보일러는 작동을 멈췄다.
업체 측은 응축수 배수파이프가 얼었다는 진단을 내리고 '파이프 연장' 조치를 취했으나 상황은 호전되지 않았다.
동일한 문제가 재발하는 경우 소비자가 얼어 붙은 파이프를 직접 녹여야 한다는 업체 측의 설명에 김씨는 제품 구조결함으로 판단, 환불을 요구했다.
업체 측은 거절했다.
응축수를 자주 접할 경우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 김씨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꺼림칙했다.
김씨는 "가스비 절감을 위해 최신 보일러를 설치했으나 (제품의) 문제를 알았으면 설치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환불을 요청해도 본사, 대리점 등은 자기들 권한이 아니라고 발뺌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귀뚜라미 측은 시공상의 문제일 뿐 제품하자는 아니라고 항변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4번타는 보일러'는 제품 내부에 응축수가 발생하는 단점이 있다"며 "이 응축수를 외부로 배출하게 돼 있는 구조"라고 밝혔다.
그는 "제품을 설치할 때 설치기사들은 응축수가 나가는 파이프 주변을 보온처리해야 하나 그렇게 하지 않은 탓에 발생된 문제"라며 "귀뚜라미는 보일러의 판매와 A/S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시공하자는 설치기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귀뚜라미와 설치기사는 상·하급 집단이 아닌 각각 별개로, 소비자가 보일러를 구매를 구매하면 판매대리점에서 설치기사를 소개해 준다는 부연이다.
이 관계자는 "수도관이 얼어서 보일러가 작동되지 않으면 수도사업소가 해결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며 "김씨의 보일러는 다른 제품으로 교체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김씨의 사례를 시공상의 하자로 보고, 책임을 설치기사에 전적으로 떠넘긴 셈이다.
보일러 설치와 관련된 자격증을 관리함은 물론 설치기사를 배출하는 '한국 열관리 시공협회'측은 불쾌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협회 관계자는 "(귀뚜라미가) 무책임한 얘기를 하고 있다"며 "협회 회원(설치기사)들은 보일러 설치만 수십년간 해 온 '도사'들인데 진위여부를 떠나 시공상에 문제가 있다는 귀뚜라미의 발언은 그 자체가 잘못"이라고 잘라 말했다.
기기의 구조적 하자개연성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읽힌다.
일각에서도 '4번타는 보일러'에 대한 의문부호가 꼬리를 물고있다.
한 소비자는 "보일러 설계도면에 혹한기가 고려됐는지 의문이 든다"며 "완성도 높은 제품을 신제품으로 내놨다면 김씨와 같은 사례는 없었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다른 소비자는 "설치기사들에 대한 별도의 교육을 귀뚜라미 측이 단발성으로라도 시행하면 시공상의 문제는 크게 줄어드는 것 아니냐"며 "힘없는 설치기사를 상대로 한 대형업체의 횡포로 보여 씁쓸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