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의 빈소에 조문한 뒤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컨슈머타임스 김재훈 기자] 고 이인원 롯데 부회장의 발인을 하루 앞둔 29일.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성영목 신세계조선호텔 사장, 장재영 신세계백화점 대표, 이갑수 이마트 대표, 권혁구 신세계그룹 전략실장 사장 등 재계 인사들의 조문 발길은 끝없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뜻밖의 재조문 행렬에 동참한 신동빈 롯데 회장은 역시나 침통함을 숨기지 못했다.
지난 27일 빈소를 찾아 굵은 눈물 방물을 손수건으로 연신 닦아낼 뿐 이렇다 할 언급이 없었던 신동빈 회장이었기에 그 의미는 남달랐다는 평가다.
신 회장은 조문국면 이후 비자금 조성 의혹 등 '현실 숙제'를 어떻게 풀어 내느냐 하는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검찰의 칼날이 다시금 칼집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속도는 다소 떨어졌으나 롯데 총수 일가의 비리혐의 입증은 문제가 없다고 검찰은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Q. 신동빈 회장의 '오른팔'이 잘려 나갔다는 평가다.
== 그렇다. 향년 69세인 고 이인원 부회장은 1973년 호텔롯데에 입사해 43년간 롯데에 근무한 '원조 롯데맨'이었다.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빈 회장과 함께 오늘날 재계 5위로 성장한 롯데그룹을 이끈 주역이다.
롯데의 세밀한 부분까지 직간접적으로 챙기며 주요 현안을 오너일가에 보고하는 등 '살림꾼'으로 통했다. 이인원 부회장이 맡아온 정책본부장 전임자가 바로 신동빈 회장이었다.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을 굳건히 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란 평가가 재계에서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소진세 사장(대외협력단장)과 황각규 사장(정책본부 운영실장) 역시 핵심 인사들로 통하나 대내·외 소통과 정보력 면에서 이인원 부회장이 압도해 왔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Q. '롯데 비자금'에 이인원 부회장이 관여했을 것이란 검찰 추측도 무리는 아닌 것 같은데.
== 그렇다. 때문에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지난 28일 주요 피의자 출석 조사 일정을 조정하는 등 수사 일정을 다시 짠 것으로 전해졌다. 소진세 사장과 황각규 사장에 대한 조사를 마친 상태에서 이인원 회장을 최종 소환해 퍼즐을 맞춘다는 계획이 무산된 탓이다.
수사 과정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비자금 연결고리를 다시 설정해야 하는 난관에 검찰은 맞닥뜨리게 됐다. 다만 이인원 부회장의 롯데 내부 입지와 진술 파급력을 감안했을 때 보다 상회하는 인적·물적 증거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재계와 법조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Q. 검찰 조사와 무관한 신동빈 회장 개인과 롯데그룹 차원의 충격도 엄청날 것 같다.
== 그렇다. 무엇보다 신동빈 회장 입장에서 정신적 경영적 '멘토'의 부재가 뼈아프다. 일종의 든든한 자문단이 한꺼번에 등을 돌린 상황과 비교할 수 있다.
그룹 내 컨트롤 타워가 무너져 내렸다는 측면에서 그룹차원의 혼란도 상당한 실정이다. 신규 투자와 크고 작은 인수합병(M&A)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최종 판단거점이 사실상 마비됐다.
조문국면 이후 본격적인 대응태세를 꾸린다는 게 롯데 측의 입장이지만 마땅한 해법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Q. 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도 여전한데.
== 그렇다. 롯데가 내심 불안해하는 취약점이다. 이번 비자금 조성 의혹의 경우에도 신동빈-신동주 '형제의 난'이 발단이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영권을 사이에 둔 이해관계 여부에 어떠한 익명의 내부 제보를 배제할 수 없다. '현실 물증'이 나올 가능성이다. 이인원 부회장의 자살을 신동주 전 부회장이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향방이 갈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Q. '포스트 이인원'이 누구냐도 관심사다.
== 셈법은 복잡하다. 일종의 '라인'에 따라 갈릴 것으로 재계는 바라보고 있다. 앞서 밝혔듯 검찰 조사와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경영권 공세를 두루 잘 막아낼 수 있는 인물이 최우선적으로 꼽힐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되고 있다.
Q. 신동빈 회장 앞에 당장 놓인 현안은?
== 잠실 롯데월드타워의 완공은 이미 내년으로 미뤄졌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인 만큼 완벽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하다. 여기에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정상화, 호텔롯데 상장, 롯데홈쇼핑 영업제한 조치를 무디게 하기 위한 협상 등도 직면해 있다.
보유 중인 롯데스카이힐 성주골프장에 정부가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검토하고 있는 만큼 관련 협상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