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컨슈머타임스 윤광원 기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정에 이어 이탈리아 은행들의 부실 문제가 EU 체제의 균열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지난달 24일(이하 한국시간) 브렉시트 투표 이후 3거래일 사이 이탈리아 대형 은행인 유니크레디트와 인테사 상파올로의 주가가 각각 31%, 28% 급락했고 7월 12일 현재 연초대비 각각 61%, 40% 하락했다. 전체 이탈리아 은행지수도 반토막났다.
이들을 포함한 5대 은행의 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은 평균 18.2% 상승했다.
이탈리아 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재정위기를 거치면서 수익성이 대폭 악화됐고 부실채권 비율 및 규모가 급증했다.
이들의 부실채권 비율은 16.9%에 달해 스페인 6.8%, 프랑스 4.2% 등의 3배 수준이다. 또 유로존(유로화 사용지역) 상장은행 전체 부실여신의 절반 가량을 이탈리아가 차지하고 있다.
이탈리아 중앙은행은 총 3600억 유로의 부실채권 중 2000억원을 '악성부채'로 분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브렉시트가 터지자, 유로존 성장 둔화 전망으로 부실 문제가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는 은행권 부실문제의 신속한 해결이 이탈리아 금융안정에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오는 29일 유럽 은행권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발표가 예정돼 있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이탈리아 정부는 중소 부실은행들을 지원하기 위해 펀드를 설립했으나 재원이 42억 유로에 불과,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이에 브렉시트 결정 이후 EU에 자본확충을 위한 공적자금 투입 승인을 요청하고 나섰다.
27일 이탈리아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을 위해 유로존 단일정리체제의 핵심인 '채권자 손실분담' 규정의 일시정지를 요청했다. 유로존 단일정리체제는 부실은행 정리시 개별 국가의 공적자금 투입을 제한하는 것이다.
그러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회원국들이 합의한 원칙을 2년만에 바꿀 수 없다며 반대했고, 유럽중앙은행(ECB)의 한 이사는 채권자 손실부담 규정의 정지는 'EU 은행연합의 종말'이라며 강력 비판했다. 예룬 데이델블룸 유로그룹 의장도 "은행 구제를 위해 세금을 사용하는 것은 EU 규정 위반"이라며 가세했다.
반면 마리오 렌지 이탈리아 총리는 독자적 행동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그나지오 비스코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는 "불안확산 방지를 위해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선제적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유로존으로의 리스크 전염을 막기 위해 결국 EU가 구제금융을 허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EU가 공적자금 투입을 거부할 경우 이탈리아내 반EU 정서를 자극, 유로존 탈퇴를 주장하는 급진파 '오성운동'이 집권할 경우 EU체제 존속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이탈리아 은행권이 요청하고 있는 자금은 지난해 그리스 구제금융보다는 제한적 규모로, 여타 국가의 도움 없이 이탈리아 자체적으로 해결 가능하다. 단 EU와의 타협 없이 독단적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29일 스트레스 테스트 발표 직후가 향후 협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혜원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브렉시트 직후보다 시장 불안심리가 완화됐으나, 이탈리아 은행권 부실문제가 브렉시트 투표에 이어 EU 균열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향후 전개과정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