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돌이' 롯데 능가한 에스알, 수수료 0.05%…IB업계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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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롯데 능가한 에스알, 수수료 0.05%…IB업계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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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기업 '갑질'…증권사 어쩔 수 없이 저가 입찰
   
 

[컨슈머타임스 김수정 기자] 수도권 고속철도 운영을 담당하는 에스알이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발행 주관 희망 증권사에 저가입찰을 유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출혈경쟁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업금융 시장의 '짠돌이'로 악명 높은 롯데 계열사들과 비교해도 에스알의 수수료율 수준은 도를 지나쳤다는 평가다.

터무니없이 낮은 수수료를 유도하는 기업도 문제지만 증권사들 스스로 자정 노력을 기울일 필요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에스알은 지난달 28일 1900억원 규모로 5년물과 7년물 회사채를 발행했다. 지난 2013년 회사 설립 이래 처음이다.

지난달 1일 단독으로 대표 주관사로 선정된 NH투자증권은 에스알 회사채 5년물 900억원 어치와 7년물 1000억원 어치를 전액 인수하면서 0.05%의 수수료를 받았다.

에스알이 이번에 지급한 수수료는 작년 이후 발행된 회사채를 통틀어 봐도 극히 적다. 0.1% 내외의 회사채 발행 수수료를 지급해 인색하기로 유명한 롯데그룹 계열사와 비교해도 정도가 심하다.

증권사들은 채권 발행 기업이 주관사 후보들에 입찰을 요청하는 단계에서 낮은 수수료를 써 내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에스알 회사채 인수주관사 입찰에 참여한 증권사 관계자는 "가격 외엔 타사와 차별을 두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증권사는 발행회사 측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으니 어찌 보면 피해자인 셈"이라고 토로했다.

회사채 발행 기업과 주관 증권사 사이의 '갑을' 관계와 이에 따른 저가수수료 논란은 오래 전부터 끊이지 않고 있다.

채권 발행 기업은 갑의 입장에서 점점 낮은 가격을 요구하고 있는 데다 일감 따기가 어려운 증권사들은 저가 수주를 마다하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엔 업계 선두 증권사들마저 저가 경쟁에 나서면서 중·소형사들의 어려움은 배가되고 있다.

NH투자증권과 SK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은 채권발행 시장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곳들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회사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로 입찰하는 게 보통이었는데 요즘은 대형사들도 가세해 '덤핑' 수준으로 계약을 따내려는 분위기"라며 "대형사들이 저가로 주관업무를 따내는 상황이 계속되면 중소형 회사들은 다른 먹거리를 찾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난 5월 증권사 법인영업 부서들이 다 적자를 봤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사업 상황이 안 좋다"며 "발행업무 주관 증권사들도 가격으로 경쟁하려 하지 말고 다른 경쟁력을 개발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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