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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서순현 기자]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코리아(이하 블리자드)와 라이엇게임즈가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을 두고 전례없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블리자드의 '오버워치'와 라이엇의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 시장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두 게임이 '팀 기반 경쟁게임'이란 교차점을 형성하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의 '취향저격'이 통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안방을 내준 것으로 해석되고 있어 국내 게임사들의 추격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 오버워치∙롤 1위 '공방'…흥행 요인은?
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최근 오버워치는 출시 1달 만에 PC방 점유율 1위에 오르며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오버워치는 6월 발매 동시에 PC방 점유율 11.7%로 단숨에 3위에 올랐다. 기존 PC방 3강이라고 불렸던 '롤', '서든어택', '피파온라인' 순위에 변동을 일으킨 것이다. 출시 2일차에는 서든어택을 꺾고 2위에 올랐으며 롤과의 점유율 격차를 점점 줄여나갔다.
롤은 203주 연속 PC방 점유율 1위를 지켜왔지만 지난달 17일 결국 오버워치에게 그 자리를 뺏겼다. 한동안 두 게임은 엎치락 뒤치락 공방을 벌였으나 20일부터 오버워치가 정상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게임들이 장르는 전혀 다르지만 매우 비슷한 특성을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내∙외에서 흥행할 수 있었던 요인들이 다수 겹친다는 것.
두 게임의 가장 큰 공통 요소는 팀 기반 경쟁게임이라는 점이다. PC방에서 여럿이 함께 게임을 하는 문화가 발달된 우리나라는 팀 겨루기를 즐기는 이용자 층이 두텁게 형성돼 있다.
또한 뚜렷한 개성을 지닌 캐릭터들을 들 수 있다. 다양한 캐릭터 중에서 이용자는 성격, 기술 등을 고려해 취향에 맞는 캐릭터 선택이 가능하다. 서로 다른 캐릭터들의 능력을 조합해 다양한 전술 구사가 가능한 점 역시 매력으로 작용한다.
롤의 경우 2009년 17종류의 챔피언으로 시작해 6월 기준 131번째 챔피언이 등장했다. 오버워치는 지금까지 22가지 영웅을 선보였으며 앞으로도 새로운 영웅들을 추가할 예정이다. 최근 지원형 저격수 영웅인 '아나'가 추가되기도 했다.
오버워치와 롤 모두 한국형 캐릭터를 출시해 국내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었으며 유명 성우를 고용하는 등 완벽한 현지화를 제공하는 것도 동일하다.
간편한 조작 방법과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도 장점이다. 복잡한 조작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간단한 개념 숙지 만으로도 이용자들이 대부분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게임 승패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유료 아이템 등의 과금 요소 없이 게임 밸런스를 유지하는 점도 이용자들 사이에서 호평이다. 오버워치는 4만5000원의 패키지 가격이 필요하지만 PC방 방문자들은 무료로 게임을 즐길 수가 있다.
특히 롤의 가장 큰 흥행 요인 중 하나는 국제 대회를 열어 게이머들의 관심을 유도했다는 점이다.
라이엇은 매년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쉽'을 직접 개최하고 있다. 한국, 북미, 유럽, 중국 등 지역마다 리그제로 운영되는 이 대회는 최종 우승상금만 100만 달러에 달한다. 그만큼 경기 개최를 통해 벌어들이는 관람수익도 상당하다.
오버워치도 e스포츠화에 대한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블리자드는 오버워치 제작 단계부터 e스포츠화를 염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1일 부산에서 열린 '오버워치 페스티벌'에서는 OGN(구 온게임넷)과 함께 경기 생중계를 진행해 e스포츠 실현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 "국내 게임사들, 재미 느끼는 본질을 찾는 게 중요"
블리자드 관계자는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전장과 영웅들을 무료로 업데이트할 예정"이라며 "이용자들이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상당히 많은 공을 들였고 아직까지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e스포츠에 대해서도 곧 구체적인 발표가 있을 예정"이라며 "자사 연례 행사인 '블리즈컨'에서 관련 이벤트를 개최함과 동시에 오버워치 e스포츠 경기도 진행시키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흥행 요인들을 분석해 국내 게임개발사가 배울 점이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호서대 게임학과 김경식 교수는 "우리나라는 카카오톡만 봐도 상대방과의 소통을 얼마나 중요시 여기는지 알 수 있다"며 "이러한 특성이 게임을 할 때도 자연스레 표출되고 해당 요건을 충족시킨 게임이 결국 흥행하게 되는 것"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내 게임개발사들도 기존에 가지고 있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롤과 오버워치가 가지고 있는 흥행 요인들을 참고해 게임에 녹여 넣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다양한 시도와 화려한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본질적으로 게이머들이 재미를 느끼는 요소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