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공화국' 과대광고 전국을 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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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공화국' 과대광고 전국을 낚고 있다
  • 황유미 정준 인턴기자 news0710@hanmail.net
  • 기사출고 2016년 02월 01일 0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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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였다' 표현 일상화 소비생활 곳곳 '독버섯'…"똑똑한 소비해야"

'낚시공화국'

과대광고가 범람하고 있다. 소비시장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 '낚였다'는 말이 어느새 소비자들 사이에 일상어가 됐다. '독버섯'처럼 뿌리를 내리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사이트 게시판은 '성토장'이 된 지 오래다. '낚시성 광고 짜증난다', '이벤트 광고에 낚였다'는 식의 불만글이 실시간 줄을 잇고 있다.

산업계를 막론한다. 부동산 업계에는 '허위매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유통업계에는 '가격꼼수'가 빈번하다. '공짜가 아닌 공짜'는 통신업계의 어두운 단면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 달러에 육박, 경제대국으로의 도약을 앞두고 있는 한국경제가 '낚시'에 신음하고 있다. 치료가 시급한 '악성 전염병'이다. [편집자주]

▲ 월4만원에 헬스, GX 등을 포함한다는 헬스클럽 광고. 막상 등록을 문의하면 1개월에 12만원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낚시 광고'다.

[컨슈머타임스 황유미 정준 인턴기자] #. 직장인 김모 씨(서울 상도동)는 새해를 맞아 다이어트를 결심 했다. 어떤 운동이 좋을까 고민 하던 김 씨는 회사 근처 전봇대에 붙은 한 헬스장 광고를 발견했다.

'월 4만원에 스피닝, 요가, PT, GX까지'

12만원이면 최소 3개월간 체계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헬스장을 찾은 김 씨는 관계자의 뜻밖의 설명에 당황했다. 1개월 등록비는 12만원, 3개월 등록하는 경우 24만원으로 할인해 준다는 것. 월 4만원은 1년 치를 한꺼번에 납부해 할인을 받았을 때만 해당한다는 부연이었다.

김 씨는 "카드로 결제하면 10% 정도의 수수료가 발생된다고 했다"며 "이럴 거면 애초에 '1년 결제시'와 같은 정보를 사전에 줬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분개했다.

◆ 최저가 클릭하니 '제휴 카드만'

사실과 다른 과장된 표현을 앞세워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방해하는 이른바 '낚시 광고'가 최근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산업계를 막론한 소비시장 전체가 오염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일상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컨슈머타임스는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매장을 방문했다. 일부 제품에 노란색 '세일 가격표'가 붙어있었다. 50% 할인해 준다는 표시였다.

깨알 같은 글씨의 '단서조건'이 어렵사리 시야에 들어왔다. 'FMC회원께 할인' 문구가 5mm정도의 크기로 적시돼 있었다. 검은 바탕에 하얀색 글씨라 구분이 쉽지 않았다.

해당 제품을 계산대에 가져가봤다. 직원 A씨는 "회원가입을 하시면 싸게 살 수 있다"고 유도했다.

이 같은 '낚시'는 통신업계에서도 빈번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짜폰' 논란이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를 모두 취급한다는 서울 강남역 인근 통신사 대리점을 찾았다.

공짜폰을 판매한다는 현수막이 높이 걸려 있었다. "어떤 기기 보러 오셨어요?" "기기값 없는 모델은 뭐가 있나요?" 직원은 1년도 더 된 구형 모델들을 내밀었다.

2년 약정에 8만원대 요금제 유지. 6개월 내 해약 시 위약금 100%라는 말이 따라 붙었다.

모바일을 포함한 온라인 시장은 보다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가 낚시'가 가장 대표적인 예다.

여행용 가방으로 유명한 업체의 한 가방을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이용해 검색했다. 가방 가격은 22만5500원부터였다.

최저가를 클릭해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CJ몰 사이트로 이동했다. 상품가격은 표시된 최저가가 아닌 24만5000원이었다. 최저가는 제휴카드를 사용했을 때 가능한 가격이었다.

쿠폰을 적용해야만 최저가로 구매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쿠폰을 받기 위해서는 또 이벤트에 참여해야 했다. 결국 모든 조건을 맞춰도 최저가에는 다다르지 못했다. 제휴카드와 쿠폰 등 구매 조건으로 소비자를 낚는 '온라인 낚시'다.

▲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장에서 볼 수 있는 세일 가격표. '50% 할인' 문구와 'FMC 회원가' 문구가 거의 동일한 위치에 5mm내외의 크기로 적혀있어 소비자의 혼란을 야기한다.

◆낚시성 과장 광고… 명백한 판단 기준 없어

문제는 이 같은 부당 광고를 제재할 법적 기준이 모호하다는 데 있다.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이정교 교수는 "해당 마케팅 자체가 기존 제도를 피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법률적인 잣대로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소비자 스스로 부당 광고 여부를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단 뜻이다.

소비자가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것도 처벌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손해배상 청구나 처벌은 직접적인 계약이 이뤄진 경우에 주로 가능하다"며 "낚시성 광고의 경우 일단 계약까지 이뤄지기 힘들기 때문에 객관적인 피해를 증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소비자와 함께' 박명희 대표는 "소비자가 속았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해당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신뢰는 급격하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기업과 소비자 양 쪽에서 불필요한 시간과 제도적인 정비 비용 등 사회적 비용이 낭비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상품에 대한 사전 정보 제공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들 스스로가 자발적인 능력을 키우는 것이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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