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용역을 맡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2일 '전문자격사 시장 선진화를 위한 공청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KDI가 내놓은 의약 선진화 방안은 그동안 정부도 줄기차게 추진 의사를 밝혔던 부문이라 정부는 공청회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뒤 강력히 추진할 방침이다.
그러나 일부 약사들은 OTC 완화로 의약품 오남용이 생기며 영리법인 약국 허용으로 대자본에만 혜택이 돌아간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정부 입장대로 이뤄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소화제.비타민 약국 외 판매 허용
KDI는 OTC 약품의 약국 외 판매 허용 여부와 관련해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국민이 자주 찾는 약품을 일반 소매점에서 판매할 수 있게 하는 추세라며 우리나라만 예외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의약품에 대해 보수적인 경향을 가진 일본도 1998년 4월 일부 의약품의 소매점 판매를 허용한 뒤 2004년부터 그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KDI는 전문의약품, 약국 판매 일반의약품, 일반 소매 일반의약품은 한 번 분류하면 고정되는 성향이 있는데 상황 변화에 따라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해 널리 알려지면 일반 소매를 허용하는 상시적 통로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현재 의약품 분류 방식 가운데 OTC 약품은 통상 약국에서만 판매되는 비처방약과 약국 외에서도 판매되는 비처방약이 모두 포함되는데 향후 선진국처럼 광의적인 개념으로 수정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의 경우 OTC 재분류 작업을 통해 OTC 약품 수가 꾸준히 늘어 10만개 이상의 제품이 약국, 편의점, 주유소, 슈퍼마켓에서 팔리고 있다.
KDI는 OTC 약품의 일반 소매 판매를 통해 자가용법에 의한 의료비 절감 효과가 클 것이며 이를 통해 소비자 편의 증진과 건강보험재정 절감, 가격 경쟁 증진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의약품 재분류 논의는 주로 학계나 시민단체들이 주장해온 '일반의약품의 일반소매점 판매 품목 전환'과 약사그룹이 제기해온 '일반의약품 확대(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팔 수 있는 품목 증가)'로 대별될 수 있으나 양자를 포괄한 상시적인 재분류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를 위해 정부 부서나 관련 기관에 일반의약품 담당부서를 별도로 구성하고 전문가위원회를 통해 의약품 분류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소비자 보호와 가격 경쟁 조장을 위해선 약국 내 자유 진열약과 일반 소매점 판매약을 명시하고 판매시 진열 방식에 대한 규정을 시행규칙에 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KDI는 "불법임에도 고시촌 등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 야간에 자주 사용하는 약을 일반 슈퍼에서 낱개 판매하는 관행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는 아직까지 OTC 약품을 편하게 구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약국도 체인점 시대 목전
현재 약사, 한약사 또는 약국법인은 1개소의 약국만 개설할 수 있다. 이에 대해 KDI는 대형 약국을 제외한 대부분이 약사 1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자본으로 영세한데다 경영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영리법인 약국 허용을 주장했다.
영세한 자본으로는 환자들이 요구하는 병원처방약품을 제대로 갖추기 어렵고 약품이 재고로 쌓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약국의 위치적 특성에 따라 평균 처방재고는 2천70만~1억4천6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동네 소형약국을 통해 쉽게 약국을 이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는 반면 원하는 약품이 구비되지 않아 불편함을 겪을 수 있고, 1인의 약사가 자리를 비울 때 약사의 가족이나 무자격자가 의약품을 조제.판매하는 위법 행위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고 KDI는 지적했다.
법인 형태의 약국을 허용시 기업형의 합리적 경영이 가능해지며, 법인 고유의 자산 축적을 통해 약국 설비 등에 거액을 투자할 수 있어 조직화, 대형화, 전문화 달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약사들이 1일 2교대 내지 3교대로 근무하게 됨에 따라 심야와 휴일의 개국이 가능하며 향후 닥쳐올 약국 시장의 개방에도 대비할 수 있게 된다고 평가했다.
영리법인을 허용할 경우 미국이나 일본과 같이 약국에 관한 자본과 관리를 완전히 분리해 약사가 아닌 사람이 약국을 소유할 수 있게 돼 국내 대기업 등 자본가의 참여가 가능해진다고 KDI는 전망했다.
이를 통해 기업형 체인약국이 설립되며 병원 처방약품을 대부분 구비해 환자의 불편이 줄어들고 다양한 방식에 따른 양질의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영리법인의 형태는 합명.합자.유한.주식 등 상법상의 모든 형태를 허용하는 게 바람직하며 복수 약국 개설 금지는 해제해야 한다고 KDI는 강조했다.
KDI는 "일반인의 약국 투자와 관련해 약사 면허와 약국에 투자할 권리 독점은 별개의 사안으로 봐야 한다"면서 "이미 일반인의 약국 지분 참여는 자주 관찰되고 있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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