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서점이 있는 풍경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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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서점이 있는 풍경이 그립다
  • 한행우 기자 hnsh21@cstimes.com
  • 기사출고 2013년 04월 29일 0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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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한행우 기자] 서점이 사라졌다.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갔더니 동네서점들이 간판을 내린 지 오래란다.

서울과 달리 대형서점 체인점도 하나 없다. 인터넷 구매밖에 별 도리가 없는 것이다. 책은 직접 읽어보고 고르는 게 '맛'인데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 따르면 15년 만에 중소서점의 70% 정도가 사라졌다고 한다.

엄청난 할인혜택과 빠른 배송 등을 앞세워 영역을 확장해 온 인터넷 서점과 복합 쇼핑몰 수준으로 진화한 대형서점들에 밀려 자취를 감춘 것이다.

동네서점에 들르면 이것저것 둘러보다 전혀 계획에 없던 책을 사기도 했다. 오히려 그렇게 충동적으로 고른 책에 매료돼 밤을 새우는 일이 잦았다.

인터넷 서점에서는 책을 직접 볼 수 없으니 '우연한 발견'의 기쁨도 없다. 책을 직접 읽고 만져보는 소소한 즐거움도 사라졌다.

이런 사정은 서울도 크게 다르지 않다. 모교 정문 근처에 그나마 두어 개 남아있던 대학서점 중 하나가 얼마 전 문을 닫았다. 학교 건물 내에 한 대형서점이 입점한 후였다.

서울 중랑구 같은 대도심의 경우에도 인구 5만명당 서점이 1개 미만인 곳이 적지 않다고 한다. 

업계는 동네서점을 되살리기 위해 현행 '도서정가제'의 할인율을 낮추는 등의 방안을 법제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마저도 인터넷 서점들과의 이익충돌로 현실화될지는 의문이다.

온라인서점의 매출이 1% 증가할 때마다 동네서점 50~70개가 사라진다고 한다. 전국 3개 군에는 서점이 하나도 없고 30개 시군에는 서점이 한군데씩 밖에 없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동네서점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2016년까지 대형서점의 신규진입이 사실상 제한되는 등 제도적으로 보호받을 길이 열렸다는 것이다.

물론 인터넷 서점의 인기는 동네서점이 줄 수 없는 저렴함과 편리함 때문이다. 이를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형업체들의 가격하락경쟁이 중소업체의 생존마저 위협한다면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게 마땅하다.

동네서점들도 북카페 형식을 도입해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것은 사갈 수 있는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변신을 꾀하는 것도 좋겠다.

책을 아끼고 좋아하는 모든 이들이 오다가다 쉼터처럼 들를 수 있고 그런 와중에 보석 같은 책을 발견해서 뿌듯하게 돌아가는 그런 동네서점이 우리 고향에도 다시 돌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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