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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대형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마트는 아침마다 직원들을 상대로 세뇌시키듯 교육을 했다. 교육의 내용은 늘 '고객에 대한 충성'으로 시작해서 '손님은 왕이다'로 끝났다.
교육이 끝나고도 마트 담당자는 돌아다니면서 직원들을 괴롭혔다. 잠깐의 대화나 물을 마시는 것 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심지어 손을 앞으로 모으지 않았다고 지적 받기도 했다. 한 직원은 블랙컨슈머의 손찌검에 대응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그렇게 대형마트에 대한 불만이 참 많았다. 돌이켜보면 대형마트의 이 같은 노력이 있었기에 소비자들을 흡수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달 추석 대목에 서울 남대문 시장을 찾았다. 7월부터 시작한다던 가격표시제는 '게눈 감추듯' 사라졌다. 상인들끼리 알아서 폐지하자고 약속이라도 했는지 찾기가 어려웠다. 조용히 살 것 같은 소비자에게는 가격을 높여 부르고 비싸다고 따지면 금새 가격을 낮춘다. 구경하다 돌아서면 사지도 않을 거면서 왜 귀찮게 했냐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생산지 표시가 없어 물어보면 "당연히 국산이고 다 좋은 곳에서 난 거다"라며 어물쩍 넘어가는 상인들이 대다수였다.
카드나 온누리상품권이라도 내밀면 대놓고 눈치를 주기 일쑤였다. 그나마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조차 찾기 어려워 실소를 자아냈다.
시장 귀퉁이에 자리잡은 순대국밥 집은 위생상태가 엉망이었다. 한 손님이 "바닥에 쥐가 돌아 다닌다"고 귀띔하자 주인은 "그 놈이 왜 들어왔을까나"라는 농담 섞인 말만 늘어놨다.
대형마트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면 업체는 발칵 뒤집어진다. 순식간에 인터넷에 퍼지고 소비자들의 입에 오르면서 온갖 뭇매를 맞는다.
반면 재래시장은 잘못된 점을 지적하면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섭섭한 소리 말라"며 무안하게 만든다. 이들은 언제나 약자의 논리를 내세워 방어하기 급급하다.
얄팍한 정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재래시장의 심보는 예나 지금이나 전혀 변하지 않았다. 흥정문화에 대해서는 이것이 재미고 특징이라고 우기고 있다. 시대는 변하는데 재래시장은 한치도 변하지 않았다.
소비자를 소중히 대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다수의 상점 주인들은 '양심불량' 상인들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재래시장은 스스로 커나갈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해야 한다. 언제까지 정부가 알아서 키워주기만을 바라고 있을 것인가. 경쟁력 없이 웅크리고 있다가는 그 꼴을 면치 못할 것이다. 소비자의 요구에 무감각한 시장은 도태돼도 할말이 없다.
컨슈머타임스 박효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