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 [copy] 1. 같은 말 : 복사(複寫), 2. '모사'로 순화. (포털 '다음' 국어사전 참조)
국내에 '카피바람'이 거세다. 카피제품이 생활 속 곳곳에서 넘쳐나고 있다. 관심을 갖지 않는 이상 어느 것이 '원조'제품인지 소비자들은 알아차리기 어렵다.
가짜를 의미하는 '짝퉁'과는 거리가 멀다. 만드는 업체가 분명하고 생산단계가 투명하다. 그럼에도 소비자는 불쾌하다. 원조인양 과시하고 당당히 광고하는 '철면피'에 기가 찬다. '진짜' 혹은 '원조'를 추구하는 소비자 패턴은 국적을 불문한다. '비슷하게 보이지만 아니다'는 반론이 나올 법 하나 판단은 소비자에게 맡긴다.
중국산 '짝퉁'을 의미하는 '산자이'. 그랬던 산자이가 최근에는 글로벌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한다. 진짜를 뛰어넘는 '카피제품'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술력이 중심에 있다.
'카피제품'이 얼마만큼 진일보 했을까. 얼마만큼 차별화를 뒀을까. '모방'만 하고 '창조'는 게을리 하지 않았을까. 본보는 국내 식∙음료, 화장품, 문구 등 업계 전반에 불고 있는 '카피제품'의 단면을 들여다 봤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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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해요, 밀키스' 시장 점유율 압도적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위에 지친 직장인 최모씨. 시원한 음료수를 구입하기 위해 편의점을 찾았다. 그는 과일주스나 생수대신 어릴 적 즐겨 마시던 롯데칠성음료의 '밀키스'를 집어 들었다. '사랑해요 밀키스'라는 광고 카피로 유명한 이 제품의 부드러우면서 톡 쏘는 맛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최씨가 고른 '밀키스'를 본 직장 동료는 한국 코카콜라의 '암바사'가 우유 탄산음료의 '원조'라며 아는 체를 했다. 이에 질세라 최씨는 '밀키스'가 더 잘 팔린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 제품이 원조라고 주장했다.
3일 국내 식품업계에 따르면 탄산음료의 청량감과 우유의 부드러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우유 탄산음료의 대표 주자는 롯데칠성의 '밀키스'와 코카콜라의 '암바사'다.
두 제품 중 먼저 출시된 제품은 '암바사'. 1984년 시장에 나온 이 제품은 당시 콜라나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에 밀려 크게 주목 받지는 못했다.
1989년 롯데칠성은 '밀키스'를 선보였다. 탈지분유가 함유된 우유 탄산음료라는 점은 코카콜라 제품과 같다.
영화 '영웅본색' 등으로 과거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 인기를 끌었던 배우 주윤발을 광고모델로 기용하며 '밀키스'는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사랑해요 밀키스'라는 광고 카피는 소비자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1994년 '밀키스'는 국내 우유 탄산음료의 원조 격인 '암바사'를 1위 자리에서 끌어 내렸다. 이후 우유 탄산음료 시장에서 줄곧 1위를 지켰다.
지난해 연간 매출 기준 시장점유율은 '밀키스'가 82.2%, '암바사'16.9%, 기타 0.9%로 나타났다. 밀키스 판매량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얘기다.
'밀키스'는 러시아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인기다. 롯데칠성은 2000년 이후 러시아 시장을 적극 공략해 2000만 달러가 넘는 음료 수출 성과를 내기도 했다.
맛도 다양화 했다. 오리지널, 멜론, 파인애플, 오렌지, 딸기 등 선택의 폭을 넓혀 러시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암바사는 국내용으로 개발된 제품이라 다른나라에서 판매되고 있지는 않다. '밀키스'에는 크게 뒤지지만 국내 시장에서 우유 탄산음료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밀키스'와 '암바사' 두 제품은 이렇다 할 광고 없이도 꾸준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드러운 탄산음료를 찾는 소비자들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는 셈.
후발주자 '밀키스'가 원조 '암바사'를 누르고 '승승장구'하는 상황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