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 전환' 성공해 실적서도 '일취월장'

컨슈머타임스=김예령 기자 | 제일약품의 신약 개발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이하 온코닉)가 국내 소화기 질환 시장에서 자사의 신약 개발 역량을 빠르게 입증하고 있다.
HK이노엔과 대웅제약, 온코닉이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CAB)를 둘러싸고 3파전 구도를 이루는 가운데 온코닉은 자사 신약 '자큐보'의 적응증을 추가 확보하며 경쟁에서의 우위를 넓혀가고 있다.
국산 37호 신약 자큐보(성분명 자스타프라잔시트르산염)는 지난해 10월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로 출시된 이후 8개월 만인 지난 1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위궤양 치료 적응증을 추가 승인받았다. 이로써 자큐보는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과 '위궤양' 등 2개 적응증을 확보하게 됐다.
이번 적응증 추가는 지난 5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2025 미국소화기질환주간'(DDW 2025) 학회에서 발표한 임상 3상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DDW는 전 세계 1만 명 이상의 의료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소화기학 전문 학술대회다.
자큐보는 국내 P-CAB 계열 중 위궤양 적응증을 보유한 두 번째 신약이 됐다. 위궤양 적응증은 HK이노엔의 '케이캡'이 출시 후 약 4개월 만에 확보한 바 있으며, 자큐보는 출시 8개월 만에 확보해 우수한 임상·허가 역량을 입증했다.
자큐보는 현재 추가 적응증 확보를 위한 후속 임상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위궤양 치료 외에도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유발 위궤양 예방' 적응증에 대한 국내 임상 3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적응증에 대해서도 식약처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한 상태다.
온코닉은 자큐보의 제형 다변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정제 제형인 '자큐보정' 외에 입 안에서 녹여 복용할 수 있는 '구강붕해정'(ODT) 제형 개발을 완료하고 지난 4월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해당 제형은 알약을 삼키기 어려운 환자나 빠른 복용이 필요한 환자에게 적합해 복약 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한 제형 확장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현지 파트너사 리브존 파마슈티컬즈는 지난 2월 자큐보 주사제형 후보물질 'JP-1366'(국내 제품명 자큐보정)에 대해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임상 1상 승인을 받았다. 주사제형은 내시경 시술 전후나 응급 상황 등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온코닉은 자큐보의 빠른 시장 안착과 함께 실적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자큐보의 첫 연간 실적이 본격 반영되는 올해, 온코닉은 1분기 매출 91억6900만원, 영업이익 15억7800만원, 당기순이익 18억7800만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자큐보의 성장세를 반영해 온코닉은 지난 4월 올해 연간 매출 가이던스를 기존 162억원에서 249억원으로 54% 상향 조정한 바 있다. 1분기 실적만으로도 연간 추정 매출의 36% 이상을 달성하며 업계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온코닉은 국내 매출 성장세를 기반으로 글로벌 진출도 확대 중이다. 현재까지 전 세계 26개국과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으며,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를 통해 연간 수천억원 규모의 매출 기반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온코닉이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신약 개발 △제품 확장 △글로벌 진출까지 빠르게 구축하고 있는 만큼 중장기 성장성이 두드러진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온코닉 관계자는 "이번 위궤양 적응증 확대는 자큐보정의 우수한 약효와 복약 순응도, 기전적 차별성을 다시 한번 입증한 의미 있는 결과"라며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고 신약 허가 경험과 기술력을 갖춘 만큼 후속 항암 신약 파이프라인 '네수파립' 개발에도 집중해 글로벌 바이오텍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P-CAB 신약, (왼쪽부터) 제일약품 '자큐보정', HK이노엔' '케이캡', 대웅제약 '펙수클루' [사진=각사 제공]](/news/photo/202506/652377_569283_5157.jpg)
현재 글로벌 P-CAB 시장은 약 30조원 규모로 평가되고 있으며, 기존 프로톤펌프억제제(PPI) 대비 빠른 약효와 복용 편의성 등을 강점으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HK이노엔(케이캡), 대웅제약(펙수클루), 온코닉(자큐보정)이 P-CAB 신약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3사를 중심으로 시장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서도 과도한 점유율 경쟁보다는 각사가 안정적인 동반 성장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현재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은 기존 PPI 계열에서 P-CAB 계열로 치료 패러다임이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시장 변화 속에서 점유율 경쟁보다는 P-CAB 계열 치료의 임상적 가치를 함께 알리고 시장을 키워나가는 것이 더 큰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