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강나연 기자 | "전기택시를 탔는데 감속할 때마다 꿀렁거리는 느낌이 너무 심해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어요. 결국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내렸습니다"-전기택시 이용자 A씨.
"이전에 멀미를 심하게 했던 경험 때문에 전기택시가 잡히면 배차를 취소합니다"-전기택시 이용자 B씨.
최근 전기택시의 승차감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전기차의 '회생제동 시스템' 특유의 감속 방식과 운전자의 운전 습관 등이 멀미를 유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호출 앱에서 전기택시가 배차되지 않도록 설정해달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완성차 업계에서는 전기차의 멀미 문제를 해소하지 않으면 전기택시 전환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전기택시는 무공해차 보급 확대 정책의 일환으로 정부가 대량 공급을 추진해온 대표적인 교통수단이다.
특히 정부는 일상생활에서 대중이 가장 밀접하게 접하는 교통수단인 택시를 전기차로 전환함으로써 친환경차 전환의 체감도를 높이고 홍보 효과도 극대화하려 했다.
이에 따라 전기택시 보급률은 평균 10대 중 3대로 크게 늘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지난 2021년부터 2023년 사이 새로 등록된 택시 11만1583대 중 전기차가 3만3400대로 전체의 약 30%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전기차는 △정숙성 △연료 효율성 △빠른 가속 성능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에 정부의 정책적 유도에 따라 전기택시 보급에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실제 운행 현장에서 이용자의 불만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전기택시 멀미의 주요 원인으로는 △회생제동에 의한 급감속 △소음 부재에 따른 감각 왜곡 △운전자의 운전 습관이 지적된다.
먼저 회생제동은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자동으로 감속되며 그 관성력을 활용해 전기에너지를 생성하고 배터리에 재충전하는 시스템이다. 연료 절감에는 효과적이지만 내연기관차보다 가감속이 급격한 경향이 있어 전기차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는 멀미를 경험하기 쉽다.
특히 전기차는 가속과 감속 시 소음이 거의 없어 시각과 청각으로 움직임을 인지하기 어려운 점이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정보 부족은 신체 감각의 혼란으로 이어지며 멀미를 유발할 수 있다.
여기에 운전자의 운전 습관까지 더해질 경우 승차감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브레이크와 엑셀을 번갈아 밟는 습관, 급출발과 급감속 운전 등은 현상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는 멀미 문제가 전기택시 보급 확산의 발목을 잡고 나아가 전기차 전환 정책의 추진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장에서 승객의 불편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기술적·제도적 보완이 지연되면 전기차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멀미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탑승객의 배제 움직임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이미 기피대상이 되면서 전기택시로 바꾸려는 운전자가 크게 줄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작사가 머리를 짜서 회생제동 특성을 개선하고 고령 운전자의 운전 감각까지 공학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가장 이상적"이라며 "전기택시의 대량 공급에 관심이 있는 환경부나 지자체는 이 문제가 근본적인 장애물임을 인지하고 조속히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