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피 [copy] 1. 같은 말 : 복사(複寫), 2. '모사'로 순화. (포털 '다음' 국어사전 참조)
국내에 '카피바람'이 거세다. 카피제품이 생활 속 곳곳에서 넘쳐나고 있다. 관심을 갖지 않는 이상 어느 것이 '원조'제품인지 소비자들은 알아차리기 어렵다.
가짜를 의미하는 '짝퉁'과는 거리가 멀다. 만드는 업체가 분명하고 생산단계가 투명하다. 그럼에도 소비자는 불쾌하다. 원조인양 과시하고 당당히 광고하는 '철면피'에 기가 찬다. '진짜' 혹은 '원조'를 추구하는 소비자 패턴은 국적을 불문한다. '비슷하게 보이지만 아니다'는 반론이 나올 법 하나 판단은 소비자에게 맡긴다.
중국산 '짝퉁'을 의미하는 '산자이'. 그랬던 산자이가 최근에는 글로벌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한다. 진짜를 뛰어넘는 '카피제품'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술력이 중심에 있다.
'카피제품'이 얼마만큼 진일보 했을까. 얼마만큼 차별화를 뒀을까. '모방'만 하고 '창조'는 게을리 하지 않았을까. 본보는 국내 식∙음료, 화장품, 문구 등 업계 전반에 불고 있는 '카피제품'의 단면을 들여다 봤다. [편집자주]
◆ 고추장시장 원조 '순창고추장'
봄나물 듬뿍 넣은 비빔밥, 매콤하고 달착지근한 떡볶이, 칼칼하게 매운 맛이 일품인 낙지볶음에 빠져서는 안될 양념이 있다.
빨간 빛깔로 입맛을 돋우는 고추장이다.
3000억원 규모의 국내 고추장시장 점유율 90% 가량은 대상 청정원 '순창 고추장'과 CJ제일제당 '해찬들 고추장'이 차지하고 있다. 각각 40%대의 점유율을 유지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양강구도다.
1989년 '임금님표 순창고추장'을 출시하며 고추장 시장의 문을 연 대상 청정원은 장류 발효의 최적지로 여겨지는 전북 순창에 공장을 건립, 이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했다.
지난 2009년 대상 청정원은 고추장의 주원료를 밀가루가 아닌 우리쌀로 바꾸며 '우리쌀 고추장' 시대를 주도했다.
최근에는 '항아리원리 신발효공법'을 개발해 고추장 맛의 기준은 원료가 아닌 '발효숙성' 차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신발효공법'은 공기순환이 특징인 전통 항아리제조 방식을 응용한 공법이다.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원료는 국산 쌀, 물엿, 정제수, 천일염, 이소말토올리고당, 주정 등이다. 매운맛이 강한 제품에는 국산 청양고춧가루가 첨가돼 있다.
지난해 2월 대상 청정원의 '순창고추장'과 유사한 '순창궁고추장'이 등장했다. 사조해표가 100% 햅쌀을 사용해 만든 제품이다.
◆ 제품명·디자인 비슷한 '순창궁고추장' 등장
'순창'이라는 지명을 활용한 제품명과 마케팅 방식이 대상의 그것과 유사하다. 대상의 심기가 불편할 수 밖에 없다. 소비자들이 '순창고추장'과 '순창궁고추장'을 혼동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조해표 측은 지역 고유명사인 '순창' 사용과 관련해 지자체의 허가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에 생산공장도 갖고 있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상 측은 사조해표의 '따라하기'가 눈에 거슬리지만 크게 문제삼지는 않을 방침이다. 사조해표의 시장점유율이 3~5% 가량으로 낮아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조해표의 '순창궁고추장'이 대상 청정원 '순창고추장'의 카피상품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매운맛을 보여줄 수 있을지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