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김하은 기자 | 시중은행들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장기 경기침체와 더불어 조기대선, 글로벌 무역갈등 등에 따른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자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농협은행은 지난 19일 예산의 20%를 절감하는 고강도 자구책을 내놨다. 농협중앙회는 이날 '제3차 범농협 비상경영대책위원회'를 열고 비상경영위원회를 가동했다.
범농협 비상경영대책위는 앞으로 중앙회와 농·축협, 계열사를 아우르는 농협의 비상경영 체제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도맡는다.
농협은행의 경우, 격주 일요일마다 강태영 은행장 주재로 부행장급 임원과 당일 회의 주제와 관련된 부장급 간부들이 참석하는 회의를 개최한다.
지난해엔 홍콩H지수 ELS 배상액 3416억원이 실적에 반영돼 순이익 42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3% 감소하며 주말 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농협은행의 정기회의 개최 배경에는 '자산 건전성 악화'에 있다. 지난 1분기 554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으나, 연체율이 0.65%로 전년 동기(0.43%) 대비 0.22%포인트 증가하면서 건전성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KB국민은행 역시 올 초부터 이환주 은행장 주재로 주말 회의를 열고 있다. 이 회의는 격주 토요일에 각 부서 임원들이 참석해 심층 토론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다만, 국민은행은 이달엔 정기 주말 회의를 잠정 중단했으나, 필요 시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하나은행도 임원 회의를 열고 조직 개선에 나서고 있으며, SC제일은행은 이광희 신임 은행장이 주재하는 임원진 회의를 수차례 개최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올해 들어 경영기획그룹장이 주재하는 '자산 리밸런싱 회의'를 정례화했다. 신한은행 또한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특이사항 발생 시 임원들이 즉시 대응하는 시스템을 상시 운영 중이다.
이처럼 은행권이 비상경영 시스템을 가동하는 배경에는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사실 은행권에선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최근 미국 상호관세까지 맞물리며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비상대응체계를 이어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과 금융지주에서 주말과 연휴 관계없이 상시 회의는 물론, 수시로 시장 상황을 점검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특히 환율이 요동치는 현 시점에선 외환과 자금, 파생상품 등을 취급하는 담당 부서에서는 실시간으로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느라 점심시간도 반납하고 상시 비상체계에 돌입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은행권에서 비상체계 가동 빈도 수가 늘었다. 지난달 4일 헌법재판소의 찬핵 심판 선고를 앞둔 상황에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별 상호관세까지 발표하며 주말 회의가 더 잦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별 상호관세 발표 직후 신한·하나, 우리금융이 잇따라 임원진 회의를 통해 관세 피해기업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농협은행은 같은 달 6일 수석부행장 주재로 유관 그룹 부행장·부서장이 참석해 금융시장 불확실성 증대 시 손익영향을 분석하고 관세 부과에 따른 산업별 영향 등을 점검한 바 있다.
은행권의 이같은 비상경영체제는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 관세정책의 변동성과 신정부 출범 등 대내외 리스크가 확대됨에 따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도 증대되고 있다"면서 "건전성 악화 등 종합적인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 비상경영체제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