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약값 통제' 본격화…실현 가능성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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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약값 통제' 본격화…실현 가능성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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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자국 약값 낮추고 관세로 타국 압박' 구상
제약사 반발·타국 압박 방식 모호해 가능성 미지수

컨슈머타임스=김예령 기자 | 미국이 의약품 가격 통제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글로벌 제약업계와 각국 정부가 긴장하면서 향후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미국 내 의약품 가격을 대폭 낮추고 다른 나라들을 관세 등으로 압박해 자국 제약사가 다른 나라에서 더 높은 가격으로 협상하도록 돕겠다는 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기 때문이다.

다만 제약회사들의 반발이 거센데다 미국 정부가 자국 약값 인하를 강제할 수단이나 다른 나라를 압박하는 방식 등 모호한 부분이 많아 실제로 실현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자국 내 의약품 가격 인하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우리는 유럽이 내는 만큼 낼 것"이라며 자국 약값을 유럽 등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싸기로 악명 높은 미국 약값을 다른 나라 최저가 수준으로 낮춘다는 것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부터 제시한 방향성이었으나, 당시에는 제약업계 반발 등으로 정책 실현이 무산된 바 있다.

같은 성분의 의약품임에도, 심지어 자국 제약사의 약인데도 미국 내 약값이 다른 국가보다 훨씬 높은 배경에는 각국의 약가 결정 체계 차이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보다 약값에 있어 국가 통제력이 약하다.

예를 들어 한국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의약품의 경우 제약사나 약국이 자율적으로 가격을 정하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품목은 복잡한 급여 평가·협상 절차를 거친다. 

제약사가 신약에 대한 급여 등재를 신청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가 심의를 진행하고,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약가 협상을 거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최종 심의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가입자가 낸 건강보험료 재정에서 약값이 상당 부분 지급되는 만큼 정부가 가입자를 대표해 협상하는 방식이다.

유럽 국가들도 정부나 공공기관이 제약사와 약가를 협상하며 비용 효과성 분석 결과 등을 반영해 약값을 결정하고, 일본 역시 후생노동성 산하 중앙사회보험의료협의회가 약가를 산정하며 산식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는 구조다.

이처럼 한국과 유럽, 일본은 약값에 대한 국가 통제력이 크기 때문에 약값을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할 수 있는 반면 미국은 제약사가 자율적으로 약가를 정하고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와 민간 보험사가 유통 과정에 개입한다. 

즉, 정부 개입이 거의 없어 약가 자체가 높고, 환자의 보험 유무나 보험사에 따라 가격 차이도 크다.

바이든 정부는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2026년부터 정부가 노령층 건강보험인 '메디케어'에 사용되는 일부 고가 약에 대해 약가를 협상할 수 있도록 했지만, 여전히 전체적인 통제력은 제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자국 내 약값을 낮추는 동시에 관세 등 압박을 통해 자국 제약사의 해외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번 정책이 실제로 시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제약업계의 반발이 거센 데다 미국 정부가 자국 약값 인하를 강제할 수단이나 해외 국가를 압박하는 방식 등이 불명확하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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