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車관세 완화 조짐에 현대차그룹 등 국내 완성차·부품업계 '숨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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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車관세 완화 조짐에 현대차그룹 등 국내 완성차·부품업계 '숨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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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문답하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론과 문답하고 있다.

컨슈머타임스=강나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강력히 추진했던 자동차 및 부품 관세에서 한발짝 물러설 조짐을 보이고 있어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그룹)과 국내 부품업체들은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완화 조치는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중복 관세 폐지와 자동차 부품 관세에 대한 환급에 국한되긴 했지만, 미국 자동차 업계와 시장의 반발을 고려해 트럼프 대통령이 궁극적으로 외국산 자동차에 부과한 25% 관세를 철회할 수도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이에 고율 관세 부과를 앞뒀던 국내 부품업체들이 현지 시장에서 중국산을 대체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29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산 완성차에 부과한 25% 관세 외에 철강·알루미늄 등 다른 품목에 대한 관세가 중복으로 부과되지 않도록 조정할 방침이다.

다음 달 3일부터 외국산 자동차 부품에 예정됐던 25% 관세도 조정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제조 자동차 1대 가격의 3.75%에 해당하는 금액까지 부품 관세 환급이 가능해지고, 2년 차에는 2.75%로 축소된 뒤 점진적으로 폐지될 전망이다.

이러한 완화 조치는 자동차 고율 관세로 생산과 경영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미국 자동차 업계와 노동계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 자동차 업계를 대표하는 '자동차혁신연합'(AAI)과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가 주축인 '자동차정책위원회'(AAPC) 등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 러트닉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에 서한을 보내 자동차 관세 철폐를 촉구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로 글로벌 자동차 공급망이 혼란에 빠질 것"이라며 "대부분의 공급업체가 관세에 따른 혼란을 감수할 만큼 자본력을 갖추지 못해 이미 다수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자칫하면 생산 중단과 해고, 파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부품에 관세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은 자동차 공급망의 복잡한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자동차 부품은 북미 3국(미국·멕시코·캐나다)의 공급망이 긴밀하게 연결돼 엔진·변속기 등의 부품이 완성차로 최종 조립되기까지 평균 7∼8차례 국경을 넘나드는 구조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품이 국경을 넘을 때마다 관세를 부과할 경우 업계의 부담은 그만큼 증폭되게 된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자국 내 자동차 제조업 리쇼어링(미국으로의 생산시설 복귀)을 목표로 하지만 복잡한 공급망과 누적 관세 구조는 오히려 그 목표를 저해할 수 있다"며 "결국 공급망에 충격을 주는 동시에 소비자 가격 상승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 달 3일 부과가 예정됐던 대미 관세가 완화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부품업체들은 숨통이 트이는 모습이다.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미국의 대(對) 한국 자동차 부품 수입액은 135억달러로, 대 세계 자동차부품 수입(2125억 달러)의 6.4%에 이른다.

한국 자동차 부품의 대미 수출 비중도 36.5%로 매우 높은 편이다.

특히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82억22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한국 자동차부품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을 틈타 중국 자동차부품의 대체할 가능성도 주목되고 있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부품의 경우 중국 수입품에 60%가 넘는 균일관세 부과 시 (미국의 수입선이) 우리 부품으로 대체되면서 일부 반사이익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한국과 중국의 대미 자동차부품 수출은 2018년 미국의 대중국 고율 관세를 계기로 각각 증가세와 감소세로 엇갈렸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미국에 반조립제품(CKD) 형태로 수출할 수 있는 활로가 좀 더 생긴 것"이라며 "현지 생산을 최소화해 미국의 높은 인건비에서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는 등 다양한 전략을 세울 수 있는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를 강력히 밀어붙인 것은 자동차 산업이 트럼프 대통령이 부흥을 약속했던 미국 제조업의 대표 산업이기 때문이다.

그는 취임 100일째인 오는 29일(현지시간) 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외곽에서 열리는 집회에서 자신의 성과를 강조할 계획이다. 디트로이트는 GM, 포드 등 미국 자동차기업 공장이 대거 위치한 지역으로, 미국 제조업 쇠락을 뜻하는 '러스트벨트' 중 한 곳이다.

하지만 현지 기업과 노동계의 강한 반발에 직면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3일부터 외국산 자동차에 부과된 25%의 자동차 관세를 철회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또 한국이 향후 실무 협상에서 미국과의 보완 관계, 중국과의 대체 관계에 기반해 자동차 관세를 면제받기 위한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보여준 변화를 고려할 때 현지 기업들의 불만과 항의를 고려해 너무 튀는 관세 조치는 완화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며 "관세가 실물경제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오래 가기 전에 협상을 통해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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