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공급망 안정책 미흡"…공급망 법제화·지도 구축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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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공급망 안정책 미흡"…공급망 법제화·지도 구축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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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김예령 기자 | 의약품 수급 불안정이 반복되면서 한국의 공급망 대응 체계가 주요국에 비해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법 제정과 공급망 지도 구축 등 근본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2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 따르면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 정순규 제약바이오산업팀장은 '과학기술&ICT 정책·기술 동향'에 실린 기고문에서 "주요국은 유사시에 의약품 공급 불안정 문제 해결을 위해 단계적인 대응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한국은 의약품 공급망 안정화 체계 마련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관리청이 신종 감염병 등을 위한 R&D(연구개발) 지원이나 국가필수의약품의 국내 제조 위탁 제조 등 일부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원료 자국화나 제조 인프라 확충 등 전반적인 공급망 안전 전략은 미흡하다는 분석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조사에 따르면 세계 원료의약품 생산은 중국(44%), 인도(20%)에 집중돼 있어 글로벌 공급망의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이로 인한 공급난을 피하지 못했다. 퇴장 방지 및 국가필수의약품 중 지난해 11월까지 약 3년간 생산·수입 중단된 품목은 46개에 달했고, 2024년 4월 기준 수급 불안정을 겪고 있는 의약품은 총 490개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퇴장 방지 및 국가필수의약품은 국내 생산품 69개를 포함해 총 95개 품목이다.

정 팀장은 "올해 이후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과 중국의 대응, 일본과 유럽의 공급망 규제 변화로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이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수출 전략에 큰 폭의 변화가 필요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공급망을 위협하는 요인이 미·중 갈등뿐 아니라 중동 사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기후 변화로 인한 기상재난 등으로 다양해지는 만큼, 양질의 정보를 신속하게 활용하는 역량이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미국 기업들과의 기술 수출 확대, 원료 수출 및 현지 위탁생산, 해외 제조시설 인수 등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유럽에 진출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의 주요국 정부 조달 관련 정보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 팀장은 "공급망 현황 조사, 관련 통계 작성 등이 포함된 '공급망 기본법'을 기반으로 국내외 의약품 공급망에 대한 폭넓은 분석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이 정보들을 통합적으로 활용하고 지원할 수 있는 '의약품 공급망 지도(가칭)' 사업을 통해 인프라를 구축,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ICT 역량이 강하므로 빅데이터·인공지능(AI)·블록체인 등 기술을 의약품 공급망에 접목하기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다"며 "이를 활용해 공급망의 취약성을 분석하고 위기 대응력을 높이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의약품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를 통해 국민이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대내외 의약품 공급망 조사(리스크 대비)부터 시설 투자(제조 역량 확보), 생산 및 비축(위기관리)을 아우르는 종합 관리 체계 구축이 필수"라며 "이를 위해 기존 제약산업 육성법과는 별개로 공급망 안정과 지속가능성 향상을 핵심으로 하는 '제약·바이오 공급 안정화법(가칭)' 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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