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김예령 기자 |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입지 경쟁력이 높은 수도권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시설 통합 이전을 추진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생산 효율과 연구 시너지 극대화를 노리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은 본사 이전지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고 강서구 마곡지구와 인천 송도는 각각 연구개발(R&D) 센터와 생산시설 입지로 각광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항체 전문기업 에이비엘바이오는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말까지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있는 본사를 서울 강남구 삼성동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중장기적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R&D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공간 확보를 위해 2023년 9월 삼성동 일대 건물과 토지를 매입했다. 기존에는 판교 임대 사옥에 입주해 있었다.
회사는 삼성동 사옥을 효율적 R&D 활동이 가능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그동안 리모델링을 추진해 왔다. 업무 효율성과 연구개발 강화를 위해 강남 삼성동을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고급 연구 인력 확보 측면에서도 판교보다 유리한 입지로 판단했다.
HLB그룹은 최근 약 900억원을 투입해 강남구 논현동 신사옥을 매입하고 오는 12월까지 계열사 8곳을 이 건물로 통합 이전할 계획이다.
250여 명의 계열사 직원을 한데 모아 계열사 간 시너지를 강화하고 기존의 임대료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전략이다.
7호선 학동역 인근에 있는 신사옥은 연면적 9551.13㎡(약 2894평) 규모로, 지하 4층~지상 7층, 옥탑 1층으로 구성돼 있다.
HLB그룹 관계자는 신사옥 매입에 대해 "지속적인 임대료 지출은 장기적으로 비용 손실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조직 간 협업과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각 계열사 핵심 인력들이 한 공간에 모일 수 있는 통합 거점 마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본사가 있는 인천시 연수구 송도는 바이오 생산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송도바이오캠퍼스 제1공장 착공을 개시했다. 캠퍼스는 연면적 20만2285.2㎡(약 6만1191평) 규모로, 12만ℓ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 3개를 수용한다. 전체 공장 가동 시 총생산 능력은 36만ℓ에 달한다. 현재 직원들은 잠실 본사와 제1공장 부지 내 임시 사무실에 나뉘어 근무 중이며, 내년 하반기 제1공장이 완공되면 전 직원이 송도에서 근무할 예정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내년 초 판교 본사 및 연구소 인력 500여명을 송도로 이전할 예정이다. 회사는 2021년 송도에 3만여㎡ 부지를 확보하고 3257억원을 투입해 글로벌 R&PD(연구·공정개발) 센터를 짓고 있다.
송도가 바이오 생산기지로 주목받는 배경에는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 접근성이 높고, 바이오 의약품의 신속한 해외 물류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 바이오 클러스터 활성화 등 인프라 장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는 서울 내에서 넓은 부지를 갖춘 몇 안되는 지역으로, 대형 연구 인프라 구축에 적합해 다수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대원제약은 작년 여름 경기도 부천에 있는 컨슈머헬스케어(CHC) 연구소를 마곡으로 이전했으며, 중장기적으로 서울 성동구와 광진구에 분산된 서울연구소와 중앙연구소를 마곡으로 옮겨 시너지를 높일 방침이다.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R&D 기능을 통합하기 위해 작년 인수한 SD생명공학의 마곡 사옥 활용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마곡지구에는 LG화학, 코오롱티슈진, 신신제약, 삼진제약, 오스템임플란트 등 다수 연구시설이 입주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