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강나연 기자 | 미·중 간 관세 전쟁이 격화되면서 한국 배터리 산업이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최근 미국은 중국산 배터리와 소재에 고율 관세를 매기며 다양한 분야에서 공급처 재편에 나섰다. 이에 전기차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에서 한국 기업이 대체 공급처로 부각되고 있다.
현재 배터리 업계가 눈 여겨 보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는 전기차 스타트업 '슬레이트 오토'다.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지난 8일(현지시각)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립자가 슬레이트 오토에 자금을 투자했다고 보도했다.
슬레이트 오토는 오는 2026년 말 인디애나폴리스 인근에서 보급형 전기 픽업트럭을 생산할 계획이며, 배터리를 포함한 핵심 부품을 외부에서 조달할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슬레이트 오토 배터리 수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미국 내에 대규모 배터리 양산 체계를 갖춘 것은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과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와 일본 파나소닉 정도다.
업계는 이 가운데 LG엔솔과 SK온을 유력한 배터리 공급 후보로 보고 있다. 파나소닉은 베이조스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테슬라와 합작 공장을 운영 중인 만큼 경쟁에서 불리하다는 평가다.
슬레이트 오토 차량이 아마존의 물류용 전기차로 채택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마존은 현재 리비안의 배송용 전기차(EDV)를 약 2만대 도입했으며 2030년까지 EDV를 10만대로 늘릴 예정이다. EDV가 대당 8~9만 달러로 고가인 만큼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슬레이트 차량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슬레이트 오토가 아마존과 협력한다면 국내 배터리 기업 역시 미국 내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할 수 있다.

ESS 시장에서도 국내 배터리 기업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테슬라는 중국 CATL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주로 사용해왔으나 고율 관세로 원가가 급등하면서 대안이 필요해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관세로 ESS용 대형 배터리 가격이 킬로와트시(kWh)당 322달러로 58% 상승할 수 있으며 배터리팩 가격은 2배로 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LG엔솔은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에 ESS용 LFP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연내 양산을 앞두고 있다. 삼성SDI는 울산 마더라인을 기반으로 2026년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온도 미국 ESS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전문 매체 '에너지스토리지뉴스'는 대(對) 중국 관세를 기회로 바꿀 기업으로 LG엔솔을 지목했다.
시장 환경도 한국 기업에 유리하다. 미국 ESS 배터리 수입의 69%가 중국산인 가운데 자금력과 기술력을 동시에 갖춘 대체 공급처는 많지 않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액 공제까지 더해지며 한국산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미국 ESS 사업자들이 중국산의 대체 공급처로 한국 기업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 이유다.
다만 블룸버그는 배터리 가격 상승 여파로 일부 ESS 프로젝트가 위축될 가능성도 언급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간 상호 관세 부과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미국 내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며 "특히 미국 내 ESS 전용 라인을 갖춘 기업의 경우 수익성과 제품 경쟁력을 동시에 높일 수 있어 반사이익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IRA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되더라도 자율주행 등 새로운 시장 기회가 열리는 만큼 중장기적으로도 미국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은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