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곽민구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얼마 전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 등 정·재계 인물들과 만나 미래 사업에 대해 논의하는가 하면 고(故)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발생한 리더십 공백해소를 위해 빠른 후임 인선을 단행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이 회장이 연초 별다른 일정 없이 잠잠한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위기 상황은 여전한 만큼 이 회장의 위기관리 능력은 이제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이 회장이 향후 삼성전자를 이끌 방향성을 담은 메시지를 내놓을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일 수시 인사를 단행해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이었던 한 부회장 후임으로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인 노태문 사장을 DX 부문장 직무대행으로 임명했다.
그동안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을 이끌어온 노 사장은 이번 인사롤 모바일뿐 아니라 TV와 가전도 총괄하는 DX부문을 이끄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삼성전자 TV 사업의 19년 연속 세계 1위 기록을 이끈 주역으로 평가받는 한 부회장은 지난달 25일 휴식 중 심정지로 사망했다. 그는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로 인한 경영 공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인 전영현 부회장과 함께 삼성전자를 이끌어 왔다.
컨트롤 타워 한 축을 잃은 이 회장은 최근 6박 7일간의 중국 출장 마치고 돌아와 '포스트 한종희' 찾기에 고심했으며, 결국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노 사장을 선택했다.
노 사장은 부회장 선임 요건인 사내이사였다는 점과 MX 사업부의 매출 비중 등 한 부회장 공백을 메우는 데 최적의 인물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DX 부문 연매출 174조8877억 원 중 MX 사업부 소관인 스마트폰 매출은 65.4%인 114조4249억 원을 차지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현재 삼성전자의 문제는 반도체를 담당하는 DS 부문으로 인해 불거졌지만, MX 사업부도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삼성전자 위기설이 있는 만큼 스마트폰 등 현업에 기여한 노태문 사장이 가장 적합자"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사업에서 밀리며 부진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3분기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 7조 원을 돌파하며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것과 달리 삼성전자의 DS 부문은 영업이익 3조8600억 원을 기록했다. 이에 삼성전자 경영진은 부진한 실적에 사과문을 발표했다.
전영현 부회장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라며 "이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우리에게 있다"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DX 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MX 사업부에서도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전 사업에서 위기를 겪으며 이재용 회장의 위기관리 능력이 여전히 시험대에 올라 있는 상황이다.
박주근 대표는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모델에서 5위 밖으로 밀려났다"라며 "반도체 부문의 부진을 스마트폰으로 메워야 하는 만큼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마트폰에서도 혁신이 없는 상황인 만큼 노태문 사장의 역할이 있어야 한다"라며 "스마트폰 경쟁력을 제고하고, 스마트폰 외에 MX 사업에서 다른 장비의 매출을 증가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업 포트폴리오가 같다. 앞으로 10년도 같다면 걷잡을 수 없는 위기가 올 것"이라며 "이재용 회장은 삼성의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더는 소통해야 하고, 방향성을 명확히 하고, 구체적으로 지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임원들과 좀 더 가까이, 직접적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 대표는 "최근 임원 교육에서 영상으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 충격이었다"라며 "기업의 수장이 사원도 아니고 임원에게조차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형식이 리더십에 의문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