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전기차 캐즘 속 재도약 시동…업계 "정부 대응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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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전기차 캐즘 속 재도약 시동…업계 "정부 대응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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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이륜차 교환형 배터리 팩 '쿠루'. KS 인증을 획득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컨슈머타임스=강나연 기자 | 장기화하는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침체를 겪었던 국내 배터리 3사가 재도약을 위해 각기 다른 전략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신시장 개척, 삼성SDI는 기술 진보, SK온은 정책 대응과 현지화 전략에 방점을 찍었다. 

전문가들은 위기를 구조적 성장으로 전환하기 위해선 정부 중심의 체계적 대응이 절실하다고 진단한다.

1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은 국내 배터리 시장에서 신사업 영역을 개척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LG엔솔은 지난달 31일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BSS)'과 '전기이륜차 교환형 배터리 팩' 부문에서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이 발행하는 국가표준(KS) 공인성적서를 국내 최초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전기이륜차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 분야에서 정부 보조금 지원 요건을 갖춘 것이다.

환경부가 추진 중인 전기이륜차 보급사업의 필수 조건인 KS 인증 항목은 △전기·기계적 제원 △통신프로토콜 △성능·안정성·내구성 등 교환형 배터리 팩 △배터리 교환형 충전시설 등 총 4건이다. 

이를 통해 LG엔솔은 초기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게 됐다. 

LG엔솔은 현재 전국에 약 440기의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 '쿠루(KooRoo)'를 운영 중이며, 배터리 생애주기 관리 시스템 '비.어라운드(B.around)'도 함께 운영 중이다.

삼성SDI가 지난 3월 개최된 '인터배터리 2025'에서 46파이 배터리 라인업을 공개했다. [사진=삼성SDI]
삼성SDI가 지난 3월 개최된 '인터배터리 2025'에서 46파이 배터리 라인업을 공개했다. [사진=삼성SDI]

삼성SDI는 기술을 앞세워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시장 선점에 나섰다.

삼성SDI는 국내 배터리 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인 46파이(지름 46㎜) 제품의 양산을 시작했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46파이 배터리는 기존 21700(지름 21㎜, 높이 70㎜) 원통형 배터리 대비 에너지 용량이 약 6배 이상 향상된 고용량 제품이다. 하이니켈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양극재와 독자 특허 소재인 실리콘탄소복합체(SCN)음극재를 적용해 고밀도·장수명·고안정성을 확보했다. 여기에 내부 저항을 90% 낮추는 '탭리스 기술'을 적용해 에너지 효율을 강화했다.

해당 제품은 천안사업장에서 셀을 생산한 뒤 베트남 법인에서 모듈로 조립한 뒤 미국 마이크로모빌리티 고객사에 초도 물량을 출하한다. 삼성SDI는 이번 공급을 시작으로 향후 전기차 시장에서도 성과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46파이 시장은 올해 155GWh(기가와트시)에서 2030년 650GWh까지 연평균 3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부터 양산에 돌입한 SK온의 미국 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 [사진=SK온]

SK온은 북미 현지 생산 기반 강화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을 중심으로 실적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SK온은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그룹)의 미국 조지아주 서베나 엘라벨의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 가동에 맞춰 같은 주 커머스시에 위치한 SK배터리아메리카(SKBA)의 일부 생산라인을 현대차그룹 전용 라인으로 전환하고, 작년 4분기부터 양산에 돌입하며 공급 체계를 갖췄다.

IRA에 따른 세액 공제 요건도 갖췄다. 올해는 가동률 회복에 따라 미국 정부로부터 4500억원대 규모의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SK온은 지난 2023년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통해 6170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수령했으나 2024년에는 전기차 캐즘의 영향으로 2924억원까지 줄어든 바 있다.

현대차와 합작 중인 공장 가동을 통해 한국수출입은행 등으로부터 총 30억 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에도 성공했다. 합작 공장은 내년 초부터 35GWh 규모로 가동될 예정이다. 이는 현재 SKBA 생산능력의 1.6배에 이른다.

AMPC 보조금과 현지 수요가 맞물릴 경우 SK온의 북미 실적 개선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각 사별로 위기를 타개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지만 공통적으로 기술 혁신과 시장 다변화, 정책 대응을 축으로 한 생존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공급망 재편 △중국과의 가격 경쟁 △전기차 캐즘의 장기화 가능성 등은 여전히 불확실성 요인으로 남아 있다. 

업계는 정부와 산업계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위기를 구조적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일수록 오히려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캐즘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여기에 중국 기업들의 글로벌 공세까지 더해지며 국내 배터리 산업은 구조적인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럴 때일수록 신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하며 정부가 중심을 잡고 산업계·학계·연구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전기차와 모빌리티 등 미래차 생태계 전반에서 역할을 분담하는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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