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정비사업도 유찰 릴레이…시공사가 조합보다 '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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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권 정비사업도 유찰 릴레이…시공사가 조합보다 '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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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김동현 기자 | 최근 서울 강남권 알짜 재건축 사업장으로 꼽힌 잠실우성1·2·3차와 개포주공6·7단지가 나란히 건설사의 단독입찰로 유찰되며 달라진 시장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과거에는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건설사들끼리 치열한 경쟁을 벌여 입찰을 따내는 조합이 우위인 상황이었다면, 최근에는 확실한 사업장이 아니면 시공 입찰을 하지 않는 건설사들의 행보가 이어지면서 이른바 시공사가 '갑'이 되는 분위기다.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달 진행된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6·7단지 재건축 사업과 서울 송파구 잠실우성 1·2·3차 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시공사 선정이 모두 유찰됐다.

해당 사업은 각각 1조 5000억원, 1조 7000억원 규모의 '대어급' 정비사업장으로 주목을 받았던 곳이어서 대형 건설사들이 시공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 개포주공 6·7단지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잠실우성 1·2·3차는 삼성물산과 GS건설의 각축전이 예상됐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달랐다. 양 사업장 모두 삼성물산이 불참하면서 현대건설, GS건설만이 사업의향서를 제출한 것이다.
 
현행법상 시공사 선정 입찰에는 두 곳 이상이 참여한 '경쟁입찰' 조건이 성립돼야만 수주를 위한 단계를 밟을 수 있다. 한 곳만 단독 입찰할 경우 유찰되며, 유찰이 2회 이뤄진 이후에만 수의계약 전환이 가능하다.

과거 '흥행불패'로 인식되며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 전쟁이 펼쳐진 강남권의 유찰이 이어진 데 대해 업계에서는 침체된 건설경기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 과거에는 강남권 시공사 선정이 이뤄질 경우 상위 10대 건설사들이 총출동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분양만 하면 높은 경쟁률로 완판이 되는 확실한 수익성을 갖춰서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기류가 달라졌다.

공사비 상승으로 인한 채산성 하락, 시공사 선정 이후에도 이어지는 조합과의 공사비 갈등 등으로 건설사들의 영업활동이 위축된 것이다.

실제 올해 이뤄진 대형건설사의 수주전은 한남4구역 시공권을 두고 다툰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사실상 유일하다.

이 외 대부분의 서울 시내 재건축 단지들의 경우 단독입찰로 유찰되거나,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사비 상승과 더불어 건설사들의 입장에선 시공권 획득을 위한 홍보비용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란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 수주전의 경우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 설명회 이전부터 시공사 선정 총회가 이뤄지는 수개월 간 이어진다. 이 기간 건설사들은 조합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다양한 홍보활동을 펼친다.

단지 인근에 자사를 홍보하는 현수막을 비롯해 회사 직원들이 출동해 조합원들과 직접 만나 인사를 건네고, 선물까지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인건비를 비롯해 다양한 비용이 계속해서 투입되는 셈이다.

이런 수주 홍보활동을 통해 시공권을 획득하는 경우 상황이 낫다. 그러나 홍보비는 있는 대로 지출하고 시공사로 선정되지 못하면 이 손실은 고스란히 건설사의 몫이 되는 것이다.

홍보비 외에도 경쟁 입찰이 이뤄질 건설사 입장에선 경우 조합 측에 더욱 유리한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통상 경쟁입찰에서 가장 기본적인 조건으로 저가입찰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어서다. 두개 이상 건설사가 경쟁이 붙으면 조합이 책정한 공사비보다 더욱 낮은 비용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더해 특화설계와 고가의 가전을 빌트인으로 제공하는 등 조합에 유리한 조건이 형성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그러나 최근 건설경기 침체로 인해 건설사들의 활동이 위축되면서 이러한 출혈을 감수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과거와 같이 대형 건설사들의 경쟁은 사실상 찾아보기 어려운 시장 상황"이라며 "경쟁을 할 경우 막대한 홍보비용이 들기 때문에 결국 사업성이 저해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경쟁 자체에 부담을 느낀 건설사들이 미리 발을 빼면서, 조합의 입장에선 시공사 선정과정이 더욱 복잡해지고, 시기가 미뤄지는 등 불편함을 겪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시공사 우위의 정비시장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시장이 호황을 누리던 시기는 서울 시내 정비사업장에서 경쟁입찰이 기본적으로 이뤄졌으나, 경기 침체가 본격화 된 시기부터 경쟁입찰이 사실상 사라지는 분위기"라며 "경쟁입찰이 이뤄질 경우 조합 측이 원하는 조건을 더 맞춰야 하고, 홍보비용까지 쏟아부어야 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펼쳐지기에 건설사들이 몸을 사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며 "정비사업 조합들이 경쟁입찰을 유도하기 위한 조건을 손보고 있긴 하나, 건설사들이 쉽사리 움직이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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