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김예령 기자 | 국내 제약업계가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연 매출 1조원 이상) 배출을 목표로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가 국내 최초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과 유한양행의 '렉라자'가 차세대 블록버스터 의약품 유망주로 떠오르고 있다.
2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의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는 연매출 1조2000억원을 돌파하며 '대한민국 1호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국내에서는 연간 전 세계 매출 1조원 이상을 기록한 의약품을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분류한다.
셀트리온의 대표 제품인 램시마는 존슨앤드존슨의 오리지널 의약품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다. 앞서 램시마는 지난 2012년 8월 국내 시장에 출시되며 항체 바이오시밀러로서 '퍼스트 무버' 지위를 확보하기도 했다. 특히 국내 기업이 개발한 의약품 중 연매출 1조 원을 넘어선 첫 사례로 기록됐다.
램시마는 정맥주사(IV) 단일 제형만으로도 지난해 전체 매출의 35.6%를 차지하며 1조26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셀트리온은 해외 법인을 활용한 직판 전략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구축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램시마의 성공 요인은 국가별 맞춤형 직판 전략 덕분"이라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유일하게 글로벌 직판망을 구축했으며 40개 해외 법인을 통해 각국의 시장 특성에 맞춘 전략적 판매를 추진한 결과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현재 램시마는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 5개국과 브라질 등 중남미 지역에서도 공급되고 있다.
이에 기존 IV 제형의 램시마를 피하주사(SC) 제형으로 개발한 '램시마SC'(미국 제품명 짐펜트라)도 주목받고 있다.
셀트리온에 이어 HK이노엔의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도 블록버스터 진입을 목표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계열의 위식도 질환 치료제인 케이캡은 2015년 중국 제약사 뤄신과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해외 진출을 본격화했다. 이후 멕시코 카르놋과 중남미 17개국 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몽골, 싱가포르, 베트남, 말레이시아, 미국, 캐나다 등 총 47개 국가와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케이캡의 원외처방 실적은 2023년 1분기 257억원에서 같은 해 3분기 401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3분기에는 처음으로 504억원을 돌파하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HK이노엔은 이 같은 성장세를 바탕으로 오는 2028년까지 유럽 포함 100개국 진출, 2030년 글로벌 매출 2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국산 항암제 최초로 미 FDA 승인을 획득하며 국산 항암제 최초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글로벌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은 2023년 약 337억6400만 달러(한화 약 45조6000억원) 규모에서 연평균 13.0% 성장해 2026년에는 약 487억2600만 달러(한화 약 65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업계는 렉라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블록버스터 의약품 반열에 오를 가능성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탄생은 우리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상징적인 이정표가 될 수 있다"며 "이러한 성공 사례는 후발 기업들의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기업들이 더 많은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배출하려면 여러 도전 과제를 극복해야 한다"며 "기업들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성장해야 하며 정부 차원에서는 원천 기술과 플랫폼 기술 확보를 지원하고 오픈 이노베이션과 같은 생산성 향상 방안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