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단기채 책임공방 쟁점은…'회생신청 결심'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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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단기채 책임공방 쟁점은…'회생신청 결심' 시기
  • 인터넷팀 admin@cstimes.com
  • 기사출고 2025년 03월 19일 09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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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갚을 능력 없는데 채권 풀면 사기…결심 시점 두고 '의혹 분분'
신용등급 강등은 채권발행 결격사유 안돼…회생신청 단행 경위가 관건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에 대한 현안 질의
김광일 홈플러스 대표이사 겸 MBK 부회장과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에 대한 현안 질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책임 공방이 뜨거운 홈플러스 단기채권 사태의 핵심 쟁점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결심 시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법에서 기업회생을 결심하고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범죄다. 빚을 갚지 못할 상황이 닥칠 것을 알면서 돈을 빌리는 사기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만일 금융채무가 동결되는 회생을 마음먹고도 채권을 팔았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홈플러스와 소유주인 사모펀드 운영사 MBK파트너스는 도덕적 타격은 물론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반면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강등(A3→A3-)은 채권 발행의 결격 사유가 아니어서 논란이 되는 등급 강등 인지 시기는 법적으로 문제삼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홈플러스 마트노조 정상화 촉구 국민대회 개최 기자회견
18일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에서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조합원들이 기업 회생을 신청한 홈플러스 정상화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회생신청 염두에 둔 채 단기채 발행 의혹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시중에 발행·유통된 기업어음(CP)·전자단기사채(전단채)·카드대금 기초 유동화증권(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 등 홈플러스 단기채권의 판매잔액은 이번 달 3일 기준 5천949억원에 달한다.

이 중 증권사 일선 지점 등을 통해 개인투자자에 팔린 채권이 2천75억원에 이르며, 중소기업 등 일반 법인에 유입된 채권은 3천327억원이다.

홈플러스 단기채권 대부분이 기관투자자가 아닌 개인 또는 일반법인에 팔린 만큼, 불완전·사기 판매 논란과 함께 법적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업계 우려가 크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말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강등되자 나흘 만인 지난 4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MBK와 홈플러스는 갑작스러운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유동성 문제 때문에 불가피하게 서둘러 기업회생을 신청했으나 사전에 회생을 준비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금투업계와 정계에서는 MBK 측이 미리 회생을 염두에 둔 상태에서 단기채권을 발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홈플러스 단기채권은 회사가 기업회생을 신청한 지난달에만 모두 11차례에 걸쳐 1천807억원어치가 발행됐다.

의혹의 관건은 기업회생 신청을 결정한 경위다.

신용등급 강등 뒤 바로 기업회생을 택하는 경우가 매우 이례적인 데다, 복잡한 내부 논의와 법률 서류 준비가 필요한 회생 신청을 불과 나흘 만에 끝냈다는 설명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사 앞 기자회견 연 홈플러스 피해자들
 홈플러스 유동화전단채 피해자 비대위 관계자들이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피해자 상거래채권 분류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의혹 규명 쉽지 않을듯…"회생신청 며칠 내 준비 가능"

법률 전문가들에 따르면 기업회생 신청을 예측하면서 채권을 발행하는 행위는 형법상 사기와 자본시장법상의 시장교란 행위로 인정돼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홈플러스 단기채권의 발행 주관을 주로 맡았던 신영증권은 MBK·홈플러스에 대해 형사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의혹은 규명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 MBK·홈플러스 측이 기업회생 신청을 미리 계획했는지를 입증할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하기가 어렵고, 급박한 회생 신청도 불가능하진 않아 정황만으로 문제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투자 분야에 능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정관리는 채권자의 '뱅크런'(돈 빼내기)을 촉발할 수 있어 매우 급박하게 비밀리에 준비하는 경우가 많고 압수수색으로 이메일과 휴대전화를 털지 않는 이상 이를 언제 논의했는지를 입증하기 어렵다. 회생 신청 서류는 양은 많아도 틀에 박힌 부분이 많아 변호사 인력만 많이 투입하면 며칠 내에 준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설명했다.

◇ 신용등급 강등은 채권 발행 결격사유 안돼

홈플러스 사태 초기엔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강등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함구하고 채권을 발행한 것 아니냐는 질타가 많았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설령 신용등급 강등을 미리 알고 채권을 발행했어도 도덕적 비판의 대상일 뿐 법적 문제는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낮아진 신용등급인 'A3-'도 채권 유통이 가능한 투자적격 등급인 만큼, 강등 자체가 채권 발행의 결격 사유는 아니라는 것이다.

금투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등급이 강등돼 투자·유통 불가 채권이 된다면 문제가 되지만 이번 사태는 이와 무관하다. 다른 경영 지표는 양호하거나 더 좋아지고 있다는 판단 아래 채권을 발행해 사기 판매가 아니라고 반박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용등급 강등 인지 시기가 앞당겨진다면 기업회생 신청을 미리 검토·추진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키우는 정황으로 간주될 수 있다.

MBK·홈플러스 측 설명처럼 애초 신용등급 강등이 법정관리를 촉발한 요인이었다면, 일찍 등급이 떨어진다는 것을 안다는 것은 동시에 미리 회생 신청 가능성도 염두에 뒀을 개연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신영증권과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 대표는 18일 국회 현안 질의에서 MBK·홈플러스가 자금 조달을 앞두고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알고 있었느냐는 의혹에 관해 모두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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