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말 주총서 다시 표 대결…영풍·MBK, 최 회장보다 지분 구도 우세
집중투표제 유지, '홈플러스 사태'로 높아진 MBK 비난 여론 변수될 듯

컨슈머타임스=이승구 기자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영풍과 MBK파트너스 연합(이하 영풍·MBK)의 '고려아연 경영권' 공방전이 재점화됐다.
최 회장이 지난 1월 임시 주주총회 직전에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해 영풍의 의결권 행사를 막았지만, 영풍 측이 제기한 '고려아연 임시 주총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을 법원이 일부 인용하면서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법원이 최 회장 측이 주장한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에 대해서도 효력을 인정한 만큼 양측은 이달 말 예정된 고려아연 정기 주총에서 정면 대결이 불가피해졌다.
9일 비철금속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달 말 정기 주총을 열 계획인데, 여기서 최 회장 측과 영풍·MBK가 경영권이 걸린 이사회 구성 문제를 놓고 의결권 정면 대결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최 회장 측은 지난 1월 임시 주총에서 SMC가 주총 하루 전 영풍 지분 10.33%를 매입한 것을 이유로 영풍의 고려아연 의결권을 제한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사 선출 등 모든 안건에서 고려아연 경영진의 제안이 관철됐다.
하지만 영풍·MBK가 반발해 낸 가처분 사건에서 법원이 지난 7일 '해외 손자회사를 활용한 순환출자 고리로 상호주 의결권을 제한한 것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최 회장 측과 영풍·MBK는 정기 주총에서 원래 지분대로 또 다시 표 대결을 치러야 한다.
![고려아연 CI·영풍 CI.[사진=고려아연·영풍 홈페이지 캡처]](/news/photo/202503/636116_551724_1515.jpg)
고려아연 지분은 영풍·MBK가 40.97%, 최 회장 측이 우호 지분을 합해 34.35%로, 영풍·MBK가 더 많다. 즉, 현 지분 구도에선 영풍·MBK 측이 우세해 최 회장 측이 승리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최 회장 측이 원한 집중투표제에 대해 법원이 유효하다고 판단해 변수로 작용할 조짐이다.
집중투표제는 주식 수에 선출하려는 이사 수를 곱한 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1주를 가진 주주는 5명의 이사를 선출할 때 총 5표(1주 × 5명)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영풍·MBK 측보다 지분율이 낮은 최 회장 측이 유리한 투표 방식이다.
최 회장 측은 정기 주총에서 가까스로 고려아연 경영권 방어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집중투표제 아래서도 지분이 많은 영풍·MBK 측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이사를 이사회에 진입시킬 수도 있어,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장기적으로 영풍·MBK 측이 이사회 절반 이상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런 가운데 MBK가 지난 2015년 인수한 홈플러스가 기업 회생 절차(법정 관리)를 밟고 있는 점은 최 회장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홈플러스 사태'로 단기 이익만 추구하는 사모펀드의 행태에 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 일각에서는 홈플러스 정상화에 전력을 다해도 힘에 부칠 MBK가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비철 분야 국가기간 기업인 고려아연 인수전을 계속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지분 열세에 놓인 고려아연은 주총까지 홈플러스 사태로 불거진 MBK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면서 지지 여론을 강화하는 전략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9일 보도자료에서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 시도가 성공할 경우 주주 간 계약에 따라 이익 회수 등을 최우선으로 하는 MBK가 경영을 주도해 고려아연의 기업 경쟁력과 가치가 크게 훼손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이는 결국 영풍 주주들에게도 큰 손해를 입히게 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