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안솔지 기자 | 2025년 새해도 '건강' 키워드가 식품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했던 '헬시플레저' 열풍에 '저속노화' 트렌드까지 더해지면서 건강을 즐겁게 관리하면서 '천천히 늙어가는 것'을 추구하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저속노화'는 생활습관을 개선해 천천히 건강하게 나이 드는 것을 말한다. 혈당을 높여 노화를 가속화하는 단순당류·정제곡물을 피하고 통곡물·콩류·녹색채소 등을 위주로 섭취하는 것이 핵심 실천 방법으로 꼽힌다.
시장조사기관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6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웰에이징(Well-aging)'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7.8%가 노화방지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저속노화를 위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67.2%로 나타났으며, 이 중 30대 동의율은 74.0%로 40~60대보다 더 높았다.
중장년층을 넘어 젊은 층의 관심이 두드러진다는 점이 최근 저속노화 트렌드의 특징이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높아진 관심과 웰니스 제품의 보급 확대 등으로 젊은 세대 안에서 장기적인 건강관리가 하나의 중요한 삶의 방식으로 자리 잡은 결과로 풀이된다.
젊은 당뇨·고혈압 환자의 급격한 증가도 저속노화 트렌드 확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맵고 달고 짠' 자극적인 음식이 아닌 '저속노화' 식단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최근 5년간(2019~2023년) 당뇨병 진료 현황을 보면 2030세대 젊은 당뇨환자는 2018년 13만9000여명에서 2022년 17만4000여명으로 25.2%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고혈압 환자는 21만3136명에서 26만8832만명으로 21.4% 늘었다.
이에 식품업계는 저속노화 트렌드 확산에 발맞춘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저속노화 건강 열풍을 이끌고 있는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와 손을 잡았다. '건강한 한끼를 통한 국민 건강 증진'을 공동의 목표로 삼고, 저속노화 간편식 시리즈를 선보인 것이다.
정 교수는 국내 대표 저속노화 생활 전도사로서 유튜브 채널 '정희원의 저속노화' 운영, 저속노화 식사법 도서 발간 등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세븐일레븐과 정희원 교수가 선보인 저속노화 간편식 5종은 △닭가슴살 스테이크 도시락 △더커진 닭가슴살 잡곡밥 삼각김밥 △홀그레인 머스타드 닭가슴살 김밥 △닭가슴살 잡곡 샌드위치 △렌틸콩 유부초밥&에그 샐러드 등으로 구성됐다.
영양성분이 풍부한 렌틸콩, 귀리, 현미 등 대사질환과 성인병 예방에 좋은 잡곡을 활용했고, 닭가슴살과 각종 채소를 주 재료로 사용해 맛과 영양을 동시에 잡았다. 여기에 나트륨은 일반 상품 대비 최대 50%까지 줄였다.

현대그린푸드는 케어푸드 전문 브랜드 '그리팅'의 신규 챌린지 식단인 '헬씨에이징(Healthy Aging)'을 출시했다.
헬씨에이징 식단은 저속노화 식사법으로 알려져 있는 '마인드 식단'을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메뉴로 개발한 것이다. 마인드 식단은 만성질환 및 치매 예방을 돕는 고혈압 환자 식사요법과 지중해식 식단을 결합한 것으로, 통곡물과 올리브오일 위주의 식사법으로 구성됐다.
제품 종류는 △가쓰오 간장 닭조림-적두 홍국밥 △돼지고기 가지 덮밥-적두 홍국밥 △매콤 마늘 코다리찜-렌틸 귀리밥 △시금치 커리 치킨-녹두 보리밥 △토마토 두부 라구-녹두 보리밥 등 5종이다.
백미보다 혈당지수가 낮은 렌틸콩·녹두·귀리 등을 활용해 당은 낮추고 생선·닭고기 등 단백질 비율을 높인 게 특징이다. 올리브오일로 조리해 건강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을 보충했다. 대사증후군 위험을 높이는 포화지방산은 총 열량의 10% 미만으로 설계돼 있다.

CJ제일제당은 2022년 9월부터 햇반 곤약밥 4종(△현미귀리곤약밥 △귀리흑미곤약밥 △병아리콩퀴노아 곤약밥 △렌틸콩퀴노아 곤약밥)을 운영하고 있다. 햇반 곤약밥은 한 공기를 다 먹어도 평균 170kcal를 넘지 않아 가벼운 식사로 제격이다. 햇반 곤약밥은 저속노화 밥으로 인기를 끌며 지난해 12월까지 누적 판매량 약 1860만개를 기록했다.
여기에 식후 혈당 상승 억제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진 난소화성 말토덱스트린을 함유한 '햇반 라이스플랜'을 출시하며 식단 관리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오뚜기는 지난해 11월 쌀 대신 귀리를 주재료로 한 냉동 주먹밥 3종을 출시했다. 앞서 수향미 백미와 현미를 배합한 즉석밥 제품 '수향미 현미밥'도 선보였다. 노화속도를 늦추는 저속노화 식단의 인기와 함께 백미보다 잡곡밥을 선호하는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저속노화 트렌드가 단순한 유행이 아닌 젊은 층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고 있는 만큼, 맛과 영양은 물론 혈당·대사 건강 관리 등의 기능까지 갖춘 다양한 제품들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