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 D&I한라가 올해 첫 건설 공모채로 나선 가운데, 깜짝 흥행에 성공했다.[HL D&I한라]](/news/photo/202501/629618_544698_2035.jpg)
컨슈머타임스=김동현 기자 | 중견건설사 HL D&I한라가 올해 첫 건설 공모채로 나선 가운데 깜짝 흥행에 성공하며 주목받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부정적인 전망을 뒤집고 신용등급 'BBB+'의 비우량 사채임에도 성공적인 수요예측을 마친 것이다.
이를 통해 향후 발행을 앞둔 건설사채에 대한 옥석가리기가 본격화 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진행된 HL D&I한라의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총 710억원 모집에 1560억원의 매수 주문이 몰렸다. 세부적으로 1년물 590억원 모집에 1100억원, 1.5년물 120억원 모집에 460억원이 각각 청약된 것으로 나타났다.
HL D&I한라는 6.8~7.8%의 금리를 제시해 1년물은 7%, 1.5년물도 7%에 목표액을 채웠다.
모집액의 2배 이상의 청약에 성공하면서 당초 목표한 자금을 무난하게 조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HL D&I한라는 청약 흥행에 힘입어 810억원으로 증액 발행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공모채 발행은 오는 2월 28일 만기가 돌아오는 700억원 규모 공모채 차환을 위한 용도다.
이처럼 HL D&I한라의 수요예측이 성공한 데 대해 업계에서는 예상 밖의 '서프라이즈'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지난해 2월·6월 등 두 차례에 공모채 시장에 등장한 HL D&I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든 바 있어서다.
지난해 2월 700억원 규모 모집에 나서 전량 미매각에 처하며 화제가 됐고, 6월 발행 때는 모집액을 600억원으로 줄였으나 560억원 매수주문에 그쳐 목표치를 하회했다. 이후 산업은행이 인수단으로 참여하면서 최대 350억원을 인수하는 구조였기에 미매각 물량은 없었으나, 성공이라고 보기 어려운 결과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건설사채는 지난 2022년 대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태를 기점으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신용등급 'AA' 이상 우량사채가 아닌 이상 성공적인 자금조달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이다.
게다가 원자재, 인건비 상승에 따른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건설사채에 대한 투자심리는 더욱 싸늘해졌다.
올해 역시 건설경기가 침체 기조를 이어가며 건설사채의 흥행여부는 '안갯속'이었다. 그러나 연초 HL D&I한라의 흥행을 바탕으로 향후 공모채 시장에 나설 건설사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평가도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HL D&I한라가 이번 수요예측에서 깜짝 흥행한 데에는 안정적인 실적과 양호한 재무건전성이 큰 몫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사는 시공능력평가 순위 30위의 중견건설사로 대기업과 비교해 외형이 작은 편에 속한다. 게다가 신용등급 역시 A급이 안되는 'BBB+'로 비우량 사채에 해당했다. 그럼에도 최근 몇 년 간 건설경기 침체를 이어온 상황에서도 실적이 꾸준히 우상향한 것으로 나타났다.
![HL D&I한라의 공모채 수요예측 흥행의 이유는 수익성 개선과 재무건전성 강화 등이 꼽힌다.[HL D&I한라]](/news/photo/202501/629618_544699_228.jpg)
실제 HL D&I한라는 2023년 3분기 기준 매출액 1조1387억원, 영업이익 297억원에서 지난해 동기에는 매출액 1조1450억원, 영업이익 427억원으로 수익성을 대폭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HL D&I한라는 리스크가 높은 사업 대신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위주로 선별수주하며 꾸준히 수익성을 개선해 왔다. 동시에 수익성이 높은 자체사업의 비중까지 늘리는 데 성공하며 채산성을 더욱 높이는 요소로 작용했다.
이 외에도 차입금 규모를 꾸준히 낮추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도 힘써오며 투자자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는 분석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HL D&I한라의 수요예측 흥행은 안정적인 실적과 재무건전성 개선 노력을 이어오며 투자들의 관심을 끌어낸 영향이 크다"면서 "건설사채에 대한 투자심리는 아직 차가운 상황이지만, 재무상황이 우량한 회사들을 중심으로 투자수요가 쏠릴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