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김하은 기자 | 우리은행이 각각 50년 이상 운영된 전통의 '상업은행 동우회'와 '한일은행 동우회'를 최근 통합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내부통제 실패'의 배경으로 지목된 '계파갈등'의 뿌리를 뽑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3일 창립 126주년 기념식에서 강원 상업은행 동우회장, 유중근 한일은행 동우회장, 정진완 현 우리은행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통합 동우회 추진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지난 1999년부터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우리은행으로 통합한 후에도 별도로 운영돼온 퇴직 직원 동우회를 합병 26년 만에 '우리은행 동우회'로 통합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계파문화 청산'을 위해 역대 은행장과 만남을 갖고 적극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측은 "원로 은행장들이 우리은행의 도약을 위해 솔선수범하겠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아직 통합 동우회장 선임 등 후속 절차들이 남아 있지만, 이번 동우회 통합을 통해 계파갈등 종식의 시작을 알렸다.
그동안 우리금융그룹(이하 우리금융)은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간 계파갈등이 깊어지면서 회사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우리은행으로 통합한 이후에도 퇴직 후 출신은행들이 각각 다른 동우회에 가입하는 관례가 이어지며 계파갈등이 심화된 것이다.
이에 임 회장은 2023년 취임 당시부터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화합과 통합'을 강조해왔다. 이를 위해 '기업문화혁신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계파의 상징으로 불리는 동우회 통합을 시급한 과제로 삼고 이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왔다.
그러나 수십 년 간 이어져 온 계파 갈등을 하루아침에 매듭짓기엔 쉽지 않았고, 이는 수백억 원 규모의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부정대출 사태를 초래했다. 손 전 회장 연루 사실이 다른 계파의 내부 제보로 드러났다는 말이 돌 정도로 두 은행 출신 간 갈등이 첨예했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왔다.
이 사태로 임 회장은 지난해 10월 우리금융 회장으로는 처음으로 국정감사 증인석에 섰다. 당시 임 회장은 "통합은행으로서의 성격 때문에 계파적인 문화가 잔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를 해소시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임종룡(왼쪽부터)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강원 상업은행 동우회장, 유중근 한일은행 동우회장,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지난 3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양 동우회 통합 추진 양해각서(MOU)를 맺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우리금융]](/news/photo/202501/628407_543456_497.jpeg)
우리금융은 지난해 잇단 금융사고로 한 바탕 홍역을 치른 뒤, 내부통제 실패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난 연말 신임 CEO 인사에서도 개혁 의지를 분명히 내비쳤다.
먼저 은행 수장에는 시중은행장 중 최연소인 정진완 행장(1968년생)을 발탁했으며, 11명의 기존 부행장을 교체하는 대규모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정 행장은 취임 직후부터 "일 잘하는 사람을 쓰겠다"며 능력 중심의 인적 쇄신을 예고했다. 해외법인장 인선에서도 기존 부행장 중심 인사 관행을 깨고 젊은 본부장급 인사를 전면에 배치하는 등 계파갈등 종식을 위한 단호한 결단을 내렸다.
아울러 주요 자회사인 우리카드와 우리금융캐피탈 CEO 자리에 각각 진성원 전 현대카드 본부장과 평화은행 출신 기동호 부문장을 선임하며 처음으로 외부 인사를 영입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임 회장 취임 후에도 (계파갈등 해소는)지속적으로 노력해왔던 부분이고 구성원들도 필요성에 크게 공감하고 있다"며 "향후 통합으로 인해 임직원간 융화를 통한 쇄신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될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금융은 계파문화 청산을 위해 모든 인사자료에서 출신은행 구분을 완전히 삭제하고, 전사적 인식개선을 위해 윤리규범을 손질하는 등 임직원간 융화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추진할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이를 위해 내부통제 혁신안을 철저히 마련하는 한편, 신속히 이행해 영업과 업무 과정에서 내부통제가 스며들도록 윤리적 기업문화 확립에 나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