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우리은행…정진완 후보, '구원투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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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우리은행…정진완 후보, '구원투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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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완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 [사진=우리은행]
정진완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 [사진=우리은행]

컨슈머타임스=김하은 기자 | "우리은행을 사랑해주는 고객 여러분,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저를 믿고 뽑아준 주주들, 저를 믿고 함께 일할 동료들, 우리가 열심히 해서 지금까지 못했던 고객 신뢰, 고객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

정진완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가 지난 2일 서울 중구 소재 우리은행 본점으로 처음 출근하면서 건넨 말이다. 

우리금융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는 지난달 29일 우리은행의 차기 행장으로 정 후보를 선임했다.

자추위는 '내부통제'와 '조직쇄신'을 중점으로 두고 정 후보를 최종 후보로 낙점했다. 

최근까지만 해도 우리은행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이슈'와 더불어 대규모 횡령 사고에 끊임없이 휘말리면서 홍역을 앓았다. 연임에 부담을 느낀 조병규 전 우리은행장이 돌연 사임 결정을 하면서 자추위가 발빠르게 차기 행장 후보 선임에 나선 것이다. 

벼랑 끝에 내몰린 우리은행의 구원투수로 나서게 된 정 후보가 연이은 금융사고로 어수선한 조직을 다잡고 실적 성장을 견인하는 리더십을 보여줄 지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금융 자추위는 이번 인선 과정에서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이 차기 먹거리로 기업금융을 꼽으면서다. 일명 '영업통'이자 '기업금융통'으로 불리는 정 후보가 행장 최종 후보로 낙점된 것도 이같은 배경이 주효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정 후보는 1968년생으로 경북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한일은행에 입행해 우리은행에서 기관영업전략부장, 중소기업전략부장, 삼성동금융센터장, 테헤란로금융센터 본부장, 본점영업부 본부장을 두루 거쳐 현재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맡고 있다.

자추위가 정 후보를 선임한 또 다른 배경으로는 조직쇄신에 걸맞다는 평가에서다. 자추위는 행장 후보 중 가장 젊은 정 후보를 발탁하면서 세대교체 바람과 동시에 조직 쇄신을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은행 앞에 놓인 산적한 과제를 떠안게 된 정 후보 역시 조직 쇄신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그는 계파를 구분짓지 않는 인사 기용으로 조직 쇄신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앞세우기도 했다. 

이밖에 은행의 기업가치가 고객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은행 실적 성장을 이루겠다고 공언했다. 

정 후보는 "제가 한일은행 출신이지만, (입사 후) 2년 반 만에 합병돼 (계파 갈등에 대해) 잘 모른다"며 "저는 영업을 했기에 일 잘하는 사람을 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같이 수출입을 많이 하고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는 직원들이 기업금융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밝혔다.

정 후보는 내부통제 제고 방안에는 '신중론'을 택했다.

그는 우리은행 내부통제가 이론적으로 우수하다는 점을 피력하면서도 "은행 일이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내부통제 업무완 관련 과부화가 걸리는 시간을 덜어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다만 정 후보가 최근 부당대출 문제가 불거진 손 전 회장과 같은 한일은행 출신이라는 점에서 계파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리은행은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이 번갈아 은행장을 맡는 관행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조 행장은 상업은행 출신, 정 후보는 한일은행 출신으로 이번에도 관행을 따랐다. 자추위의 후보 선임 과정에서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이 3명씩 이름을 올렸다.

게다가 정 후보는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임 회장이 주영국대사관 재경관으로 근무하던 당시 우리은행 런던지점에서 근무하던 정 후보와 친분을 쌓은 바 있다.

자추위는 이번 차기 행장 후보 선임을 놓고 계파 갈등을 끊고 조직 쇄신을 이끌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한일은행 출신임과 더불어 임 회장과 친분이 있는 정 후보를 선임하면서 고질적인 인사 관행을 끊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이번 차기 행장 선임 과정에서 조직 쇄신을 외쳤지만 결국 이번 차기 행장 선임도 관행에 따라 이뤄진 것을 보면 계파 갈등이 뿌리 깊이 자리했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금융 자추위의 추천을 받은 정 후보는 내달 중 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통해 자격 요건 및 적합성을 검증받은 후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된다. 

정 후보는 내년 1월부터 은행장으로서 2년 임기의 공식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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