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력이 2024년 4분기 전기요금을 현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발표한 23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집합 건물 관계자가 이 건물에 설치된 전력량계를 점검하고 있다.
정부가 올해 4분기(10∼12월)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다.
냉방 수요가 폭증했던 '역대급 더위'가 지나간 4분기에 전기요금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이 한국전력의 재무 상황과 유가 추이, 물가 등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정부 내 논의 스케줄을 고려할 때 당장 다음 달 1일 전기요금 인상이 전격 단행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전력업계 안팎에서는 연내 전기요금이 인상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적지 않다.
가정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5월 인상된 이후 1년 4개월째 동결 중이고, 산업용 전기요금도 지난해 11월 인상된 이후 그대로다.

한국전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전후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한 상황에서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으로 전기를 팔아 한전은 2021∼2022년 두 해에만 38조5천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봤다.
여기에 올해 누적 영업손실이 약 6조5천억원에 달해 2021년 이후 누적 적자는 여전히 약 45조원에 이른다.
지난 4월 총선 민심을 의식해 정치권 등에서 공공요금 인상에 부정적이었던 데다, 5월부터 찾아온 이른 더위와 추석 연휴까지 늦더위가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한전의 누적적자를 고려해도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전기요금은 2022년 이후 총 6차례에 걸쳐 kWh당 45.3원 올랐지만, 한전의 43조원대 누적적자를 해소하기엔 충분하지 않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국제 유가가 치솟았던 2021∼2023년 한전이 원가 이하로 밑지면서 전기를 팔아왔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한전의 연결 총부채는 202조9천90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4천400억원가량 늘었다. 지난해 이자 비용으로만 4조5천억원을 부담해야 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의 확장과 폭염 등 기후 위기는 전기수요의 폭발적인 증가를 예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송배전망 투자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200조원이 넘은 부채를 떠안은 한전으로선 투자 재원을 마련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최근 국제 연료 가격이 하락세인 점은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결정할 때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