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이지영 기자 | 은행들이 연일 대출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가운데 '대출 규제'가 계속 강화될 것으로 보여 주택 구입을 앞둔 실수요자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다음 달부터는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적용되는데다 금융당국의 방침에 따라 '추가 대출 규제'가 시행될 것으로 보이고 있어서다.
또한 은행권에서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인상에 이어 만기·한도까지 줄이기로 결정하면서 '내 집 마련'을 꿈꾸던 서민들의 한숨은 한동안 깊어질 전망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이 7월 이후로 20차례 이상 주담대 금리를 인상해 왔지만 가계부채 증가세는 꺾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에선 주담대 금리 인상에 이어 최근에는 전세대출 부문까지 대출 규제 대상을 확대 적용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당분간 취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해당 조건은 임대인(매수자) 소유권 이전, 선순위채권 말소 또는 감액, 주택 처분 등이다.
이런 조건들이 붙은 전세자금대출이 최근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매입) 등 투기성 대출에 활용된다는 지적을 반영했으며 가계부채 선제적 관리를 위한 조치라는 게 신한은행의 설명이다.
또한 같은 날 '플러스모기지론'(MCI·MCG)도 중단하기로 했다. MCI·MCG는 주담대와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으로, 이 보험이 없으면 소액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대출 한도 축소' 효과를 가져온다.
MCI·MCG 가입이 제한되면 현재 지역별로 △서울 5500만원 △경기도 4800만원 △나머지 광역시 2800만원 △기타 지역 2500만원씩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이처름 은행들이 주담대 금리를 잇따라 인상한 데 이어 전세자금대출까지 제한하고 나선 것은 가계부채의 폭증을 우려하며 금융당국이 은행들에게 이에 대한 관리를 주문했기 때문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주담대(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559조7501억원으로, 6월 말(552조1526억원)보다 7조5975억원이 불었다. 7월 증가 폭은 2016년 1월 이후 월간 최대 기록이다.
다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5일 시사 프로그램에 참여해 은행들의 잇따른 '대출금리 상승 릴레이'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의 은행 대출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라며 "은행의 자율성 측면에서 개입을 적게 했지만, 앞으로는 부동산 시장 상황 등에 비춰 더 개입을 세게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연초 은행들이 설정한 스케줄보다 가계대출이 늘었는데, 이에 대한 대응으로 금리를 올리면 (은행은) 돈도 많이 벌고 수요를 누르는 측면이 있어서 쉬운 방법에 해당한다"면서 "저희가 바란 건 대출금리 인상이 아닌 미리미리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는 '은행권이 계속해서 금리를 올리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그는 "은행권의 대출금리 줄인상으로 보험사 등 2금융권보다 1금융권 금리가 높아져 일종의 왜곡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이후에도 가계부채가 잡히지 않을 경우 그 다음 후속 조치까지 준비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러한 강화 조치는 이미 다음달 시행하는 2단게 DSR 규제에도 가계부채가 쉽게 잡히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은행 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까지 검토하는 방향이 논의되고 있는데 현재 은행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선은 15% 수준으로 이를 더 높이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어 주택 구입을 앞둔 실수요자들의 근심은 계속해서 깊어질 전망이다.
은행권에선 26일 KB국민은행을 시작으로 우리은행 등이 주담대 상품의 만기·한도까지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투기자금으로 활용 가능성이 있는 토지담보대출의 취급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대출금리 인상에 대해 당국이 제동을 걸자 은행권에서 또 다른 억제책을 내놓은 모양새다.
은행권 관계자는 "집값을 잡으려면 대출을 잡아야 되는 것은 맞는데 금리를 인상하는 방법은 시장 상황상 잘 되지 않은 것 같다"면서 "그러면 금리 말고 어떤 것으로 가계부채를 잡아야 될 것인지 당국에서도 고민이 많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서민 수요자들의 경우 뭐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지금 많이 헷갈려 한다. 일단은 불안 심리가 자극돼 어떻게든 집을 사놓긴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냐"며 "대출 규제가 시행될 것이라고 불안 심리를 자극하기보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오락가락 하지 않는 정책으로 실수요자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