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이지영 기자 | 중도상환수수료 개편이 논의되고 있다. 국회서도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법안을 추진키로 했다.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감독규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중도상환수수료가 낮아지게 되면 오히려 다시 소비자 부담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은행이 대출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부담을 전가할 수 있어서다.
금융위원회는 3월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감독규정' 개정안을 발표했다.
현재 중도상환수수료는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금소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부과가 금지되고 있으나, 소비자가 대출일부터 3년 내에 상환시 예외적으로 부과 가능하도록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금융회사의 영업행위, 상품특성 등에 대한 고려없이 합리적 부과기준이 부족한 상태에서 획일적으로 중도상환수수료가 부과되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다수 은행은 모바일 가입시에도 창구 가입과 중도상환수수료를 동일하게 운영중이며, 자금운용 리스크 차이 등에도 불구하고, '변동금리 대출'과 '고정금리 대출'간 수수료 격차 미미하다. 현재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중도상환수수료는 고정 1.4%, 변동 1.2%로 모두 동일한 상황이다.
일부 은행의 경우 모바일전용 신용대출의 중도상환수수료를 할인하고 있으며 일부 인터넷전문은행은 정책적으로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은행이 연간 수취하는 중도상환수수료 금액은 약 3000억원 내외로 나타났다. 20년 3844억, 21년 3174억, 22년 2794억, 23년 상반기에만 1813억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최근 대출 중도상환수수료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정책모기지부터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거나, 중도상환수수료 관련 공시를 강화하는 등의 정책이 공약으로 제안되기도 했다.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25일 '주택담보대출 중도상환수수료에 대한 고찰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내용에 대해 언급했다.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중도상환수수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중도상환수수료를 지나치게 낮추는 정책은 대출금리 상승 및 대출 접근성 하락 등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기관 입장에서 차주의 대출 중도상환은 대출 취급에 따른 수익성과 현금흐름 등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낮추는 리스크이며, 특히 만기 및 금리 고정 기간이 긴 주택담보대출에서 이 같은 리스크가 두드러지게 된다.
차주의 자발적인 대출 중도상환은 시장금리가 하락하는 시기에 빈번히 발생하는데, 금융기관이 중도상환된 자금을 재투자하더라도 수익률이 하락하게 된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은 중도상환리스크를 감안하여 중도상환수수료 및 대출금리 등을 조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권흥진 연구원은 "이론적으로는 차주가 중도상환수수료를 부담하는 대가로 대출금리를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중도상환수수료는 금융기관과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주택담보대출 중도상환이 금융기관 자금운용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앞으로 그 영향이 더 확대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주택담보대출 중도상환이 금융기관 자금운용에 미치는 영향은 민간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의 확대, 온라인 대환대출플랫폼 도입 등 경쟁 심화에 따라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당국은 은행이 자체 장기 고정금리 또는 금리 변동주기가 긴 주택담보대출을 적극적으로 취급하도록 유인하는 정책을 추진 중인데, 금리 고정 기간이 길수록 중도상환이 금융기관 수익성 및 현금흐름 예측가능성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되는 결과가 초래된다는 것이다.
또한 온라인 대환대출플랫폼 도입 등 금융기관 간 경쟁을 심화하는 시장환경 변화도 중도상환 가능성을 높임으로써 중도상환 리스크를 증대시킬 수 있다고 봤다.
권 연구원은 "이 같은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중도상환수수료에 대한 논의는 중도상환수수료 체계의 다양성 확대를 중심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다"면서 "중도상환수수료 수준을 지나치게 낮추는 정책은 금융기관과 차주 간 효율적인 계약 체결을 저해함으로써 소비자 후생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론적으로는 중도상환 확률이 낮은 차주가 중도상환수수료를 부담하는 대신 비교적 낮은 대출금리를 누릴 수 있는데, 중도상환수수료 수준을 지나치게 제약할 경우 대출금리 상승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권 연구원은 "중도상환수수료 수준을 일방적으로 낮추기 보다는 중도상환수수료 체계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정책이 소비자에게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감독규정 개정안'은 2분기 중 개정 절차를 완료해 6개월 후에 시행될 예정이며, 시행 시기에 맞춰 모범규준 개정 및 비교·공시 시스템 정비 등도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