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푸드 시장 '매출 1조' 눈앞인데…국산 사료 '불신' 팽배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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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푸드 시장 '매출 1조' 눈앞인데…국산 사료 '불신' 팽배 어쩌나
  • 안솔지 기자 digeut@cstimes.com
  • 기사출고 2024년 05월 23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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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인 불명 고양이 급성질환 전국 확산에 '200마리 사망'
'사료 관련 됐다' 의혹 불거져…일부 소비자 '불매' 움직임까지
[사진 = 안솔지 기자]
[사진 = 안솔지 기자]

컨슈머타임스=안솔지 기자 | 국내 펫푸드 시장이 연간 매출액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최근 원인 불명의 신경·근육병증으로 급사하는 고양이 사례가 전국으로 확산된 것이 문제가 됐다. 

고양이 급사가 '사료와 관련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산 펫푸드의 안전성과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은 것이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국산 사료를 불매하겠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최근 닐슨아이큐 코리아 발표에 따르면 국내 펫푸드 시장은 지난 2월 기준 연간 판매액 8952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대비 11.1% 증가한 수치로, 지난해 글로벌 펫푸드 시장 성장률(8.2%)을 넘어서는 성장세다. 동물병원 등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채널 판매액까지 합하면 9000억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펫푸드 제품의 약 80%는 온라인 채널을 통해 판매되고 있는데, 국산 사료 제품 6개가 상위 10개 브랜드에 이름을 올렸다. 해당 브랜드는 △캐츠랑 △ANF △네츄럴코어 △밥이보약 △더리얼 △그레인프리 등이다. PB(자체브랜드)를 묶어 총칭하는 '스토아브랜드'까지 합하면 7개로 늘어난다. 

이는 그간 외국산 브랜드가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던 것과 달리 몇 년 사이 국산 사료의 입지가 뚜렷하게 개선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꾸준한 품질 관리와 소비자 인식 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렸던 국산 펫푸드 브랜드의 성장에도 급제동이 걸리게 됐다. 지난 3월말부터 전국에서 고양이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신경·근육병증을 앓거나 목숨을 잃는 사례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동물보호단체 라이프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최근 원인 불명 급성질환으로 피해를 입은 고양이는 532마리, 폐사한 고양이는 198마리에 달했다. 

이는 해당 단체가 SNS를 통해 제보 받은 사례만 집계된 것으로, 알려지지 않은 사례는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원인 불명의 신경·근육병증에 걸린 고양이들은 구토, 고열, 기립 저하, 기립 불능, 근색소묘(근육 세포 파괴로 붉은 소변을 보는 것) 등의 증상을 보이다가 죽음에 이르는 양상을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고양이 급성질환의 원인으로 '사료'를 의심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에서는 반려묘들이 특정 제조사에서 만든 고양이 사료를 먹은 뒤 이상이 생겼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대한수의사회 역시 지난달 관련 보호자들의 주의를 당부하면서 원충성 질병과 함께 사료 또는 모래를 통한 전파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가 조사에 착수했으나 사료와 고양이 질병과의 인과관계를 찾지 못했다.

농식품부가 고양이 10마리의 사체를 두고 바이러스 7종과 세균 8종, 기생충 2종, 근병증 관련 물질 34종, 농약 등 유해 물질 859종을 조사했으나 원인 물질이 아예 검출되지 않거나 검출됐더라도 폐사와 직접적인 인과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또한 검사를 의뢰받은 사료 30여건과 유통 중인 사료 20여건에 대해 유해 물질 78종과 바이러스 7종, 기생출 2종, 세균 2종에 대해 검사한 결과 모두 기준치에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농식품부는 특정 원인에 의한 사망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는 점을 감안해 추가적인 원인물질 조사와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농식품부 조사 결과에서도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으며, 온라인상에서는 국산 사료 '불매'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이미 매출에 타격을 입고 있다. 국산 사료 브랜드 A사는 지난 4월 매출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A사는 고양이 급성질환 사태가 매출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근 특별한 매출 변화가 없는 업체들도 있었으나, 원인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고양이 급성질환 피해가 늘어나는 등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하림펫푸드는 제조공장인 '해피댄스 스튜디오' 내부 시설을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통해 공개하고, 관계자가 직접 사료를 먹는 모습을 보여주며 소비자 불안 해소에 나섰다.

하림펫푸드 관계자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일주일에 두 번씩 진행하던 공장투어를 향후 일주일에 네 번까지 늘리는 방향도 고려하고 있다"며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저희 사료가 안전하다는 모습을 많이 보여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ANF 등 유기농 사료를 생산하는 오에스피는 "당사는 최근 원인 불명의 고양이 신경·근육병증과 관계가 있다고 언급되고 있는 사료와 무관하다"며 "현재 국제 기준의 위생적인 제조 시설에서 철저한 원재료 관리를 통해 안전한 사료를 생산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러한 업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산 사료에 대한 불신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 수의사는 "사료의 문제와 학문적인 연관성을 밝히기는 상당히 어렵다"며 "이를 밝히기 위해선 문제 사료에 대한 장기간 조사가 필요한데, 이번 농식품부 발표만 보면 제대로 조사가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산 사료가 모두 문제는 아니지만, 사료라고 부르기 어려운 저품질의 제품들도 여전히 유통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고양이 급성질환의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문제의 소지가 생길 수 있는 사료를 굳이 먹이지 않겠다는 소비자들의 의견이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산 중심이었던 국내 시장에서 국산 사료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 온 결과가 나타나려는 시점에 이러한 사건이 발생해 굉장히 안타깝다"며 "국산 사료들도 외국산만큼 좋은 성분들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시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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