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빌릴 곳 없어요'…취약차주, 카드론으로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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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빌릴 곳 없어요'…취약차주, 카드론으로 몰린다
  • 이지영 기자 ljy@cstimes.com
  • 기사출고 2024년 05월 13일 1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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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이지영 기자 |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은행권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신용카드사로 서민들의 '급전' 대출이 몰리고 있단 분석이다. 카드사들은 리스크 관리에 더욱 더 집중하겠단 방침이지만 취약차주의 부실 리스크 우려는 계속해서 커질 전망이다.

여신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의 3월 말 카드론 잔액은 39조4743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월 말 잔액과 비교해도 78억원이 더 불어난 것으로 역대 최다 수치를 다시 한 번 경신한 수치다.

은행들이 연체율 관리 등을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중저신용자들이 카드론을 '급전 창구'로 사용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이 은행권 가계부채의 증가를 억제하는 데다가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될 것으로 보이면서 1금융권의 대출 문턱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출을 받으려는 차주들의 경우 카드론을 찾게 되는 구조다.

카드론은 '장기카드대출'을 말한다. 사용 시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으며 높은 금리를 책정하기 때문에 빚이 크게 불어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어, 연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은행권 대출과 달리 담보나 보증, 서류 등의 복잡한 절차가 아니어도 비교적 빠르게 신청하고 '급전'을 땡겨받을 수 있어 상환 계획과 목적에 따라 일반 차주들에게 유용하게 쓰인다.

3월 말 기준으로 카드론 평균 금리가 가장 높은 곳은 롯데카드로 15.58%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우리카드(14.87%), 비씨카드(14.79%), 하나카드(14.70%), 신한카드(14.36%), KB국민카드(14.30), 현대카드(12.99%) 순으로 집계됐다.

중저신용자(신용점수 700점 이하)를 대상으로 했을 때 평균금리는 우리카드가 18.26%로 가장 높았다. 이어, 비씨카드(18.20%), 롯데카드(17.88%), 신한카드(17.21%), 현대카드(17.19%), 하나카드(16.56%), KB국민카드(16.23%) 순이었다.

이처럼 서민들이 돈을 빌리기가 어려워지자 카드론의 잔액이 불어가는 실정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카드사의 심경 역시 복잡할 수밖에 없다.

카드사는 올해 어려운 업황 속에서도 1분기 호실적을 달성했는데 동시에 연체율 역시 크게 오르면서, 올해 1분기 연체율은 1% 후반대까지 증가했기 때문이다. 

가장 높은 연체율을 보인 하나카드는 지난해 말 1.67%에서 3월 말 기준 1.94%로 0.27%p가 증가했다. 신한카드는 1.45%에서 1.56%로 0.11%p 증가했다. 우리카드는 1.22%에서 1.46%로 0.24%p가 늘어났다. KB국민카드는 1.03%에서 1.31%로 늘었다. 삼성카드만 1.2%에서 1.1%로 0.1%p 내렸다.

이처럼 연체율이 올라 건전성이 악화하자, 이들 카드사는 리스크 관리를 위해 순이익의 1.4배가량을 대손충당금으로 쌓았다. 그 결과 5개 카드사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충당금은 총 80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652억원)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론 잔액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무래도 올해 내내 계속 불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우려했다.

그러면서 "은행권이 대출을 조이면서 문턱이 높아진 것도 있고, 신용사면 등의 효과로 유입된 차주들까지 앞으로도 카드론 사용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카드론을 통해 당장의 급전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고금리나 신용등급 등은 상관없이 받으려는 사람들일 것"이라면서 "카드사들의 경우에 올해 이들을 관리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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