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용 ATM' 비장애인도 이용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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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용 ATM' 비장애인도 이용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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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지원 위한 이어폰 꽂이 점자라벨 없어…있으나마나
   

 ▲ATM 이어폰 연결부위에는 점자라벨이 부착돼 있지 않고, 일부 은행에서는 연결부위를 막아 놓기도 했다. 

시중은행에 비치돼 있는 시각장애인용 금융자동화기기(ATM)가 장애인들이 사용하기에 큰 불편이 따르는 것으로 드러나 '무용론'이 일고 있다.

장애인의 금융 이용권 보장을 강화해 소외계층과의 사회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은행들의 명분이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 '이어폰 꽂이'는 어떻게 찾으란 말인가?

최근 현금을 찾기 위해 은행 ATM을 찾은 A씨는 장애인음성서비스 지원을 받으려면 이어폰을 꽂아 달라는 음성안내를 받았다.

신기한 생각에 이어폰을 연결해볼 요량으로 구멍을 찾아 봤지만 표식이 없어 한참을 찾아야 했다. 물론 점자라벨도 부착돼 있지 않았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는 2013년까지 1051억여원을 투자해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ATM 5000여대를 새로 도입할 예정이다. 12월 현재 전자안내판과 음성안내 서비스 기능 등이 갖춰진 장애인용 ATM은 전국에 1000여개 정도 배치돼 있다.

그러나 장애인을 위한 ATM에 음성서비스가 안 되는 것은 물론 기본적인 점자라벨도 부착돼 있지 않은 곳이 많아 '실효성'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음성지원을 위해 필요한 이어폰 연결부위에 점자라벨 표기가 없어 시각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의거 '장애인을 위한 CD·ATM 표준'을 제정했다.

설치기준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을 위한 ATM기기는 근접센서로 고객을 감지한 후, 음성안내를 통해 점자패드로 금융거래를 해야 한다. 더불어 카드 입·출구 등 주요 조작부 주변에는 점자라벨을 부착해 시각장애인의 눈 역할을 대신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서비스의 시발점 역할을 하는 이어폰의 연결부위를 찾기 어려운 것.

한국시각장애인협회 관계자는 "은행의 ATM기기를 시각장애인 혼자 이용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지원이 안 되는 곳이 많고 설사 음성지원이나 (점자)패드가 있어도 이어폰 구멍을 못 찾아 주변에 도움을 청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은행 업무시간에는 청원 경찰이라도 있지만 은행업무가 종료된 이후에는 사실상 시각장애인들의 금융거래가 힘들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전용 점자패드(왼쪽)와 장애인전용기기안내하는 점자문구(오른쪽)

◆ "개수 확장보다는 실효성 높여야"

실제 국가인권위원회가 전국적으로 장애인들의 이용빈도가 높은 4대 은행(국민, 신한, 우리, 하나) 및 지역대표 은행(경남, 광주, 대구, 부상, 전북, 제주) 등 총 192곳을 모니터링한 결과 음성지원 및 점자패드가 설치된 곳은 189곳 중 107곳(56.61%)이었다.

인권위 관계자는 "음성지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이어폰 연결 부위를 알려주는 점자안내문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였다"며 "음성지원 서비스는 기본메뉴만 읽어주는 것에 그쳐 반복기능이 없어 기능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시각장애인협회는 개수확장 보다는 실효성이 높은 방안을 연구해주길 당부했다.

협회 관계자는 "기존과 같이 유명무실한 기기들이 개수만 많아 진다고 장애인들의 접근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실질적으로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기 보급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컨슈머타임스 신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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