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피 [copy] 1. 같은 말 : 복사(複寫), 2. '모사'로 순화. (포털 '다음' 국어사전 참조)
국내 식∙음료 업계에 '카피바람'이 거세다. 카피제품이 생활 속 곳곳에서 넘쳐나고 있다. 관심을 갖지 않는 이상 어느 것이 '원조'제품인지 소비자들은 알아차리기 어렵다.
가짜를 의미하는 '짝퉁'과는 거리가 멀다. 만드는 업체가 분명하고 생산단계가 투명하다. 그럼에도 소비자는 불쾌하다. 원조인양 과시하고 당당히 광고하는 '철면피'에 기가 찬다. '진짜' 혹은 '원조'를 추구하는 소비자 패턴은 국적을 불문한다. '비슷하게 보이지만 아니다'는 반론이 나올 법 하나 판단은 소비자에게 맡긴다.
중국산 '짝퉁'을 의미하는 '산자이'. 그랬던 산자이가 최근에는 글로벌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한다. 진짜를 뛰어넘는 '카피제품'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술력이 중심에 있다.
이를 식∙음료에 대입하면 맛과 제품 디자인으로 압축된다. 얼마만큼 진일보 했을까. 얼마만큼 차별화를 뒀을까. '모방'만 하고 '창조'는 게을리 하지 않았을까. 본보는 국내 식∙음료 업계를 중심으로 '카피제품'의 단면을 들여다 봤다. [편집자주]
◆ 동아오츠카, '5제로' 사이다로 차별화 첫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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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가 중요해진 현 시대에 개개인에게 가장 중요한 화두는 '다이어트'일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음료업계에도 '제로칼로리' 열풍이 불고 있다.
오리지널의 맛은 그대로 살리되 칼로리는 제로인 음료로 대표적인 것에 콜라가 있었다면 사이다에도 '제로시대'가 찾아왔다.
그러나 가장 먼저 '제로칼로리 사이다'를 출시한 것이 '국민 사이다'로 꼽히는 '칠성 사이다'의 롯데칠성음료가 아닌 동아오츠카라는 것이 눈길을 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동아오츠카는 지난해 6월 '나랑드제로칼로리'를 내 놨다. 롯데칠성은 그보다 1년 가량 늦은 지난 8월 '사이다제로'를 출시했다.
동아오츠카는 제로사이다에서 칼로리만 뺀 것이 아니라 설탕, 색소, 보존료, 카페인등 제외했다는 '5제로'를 앞세워 다른 제품들과 차별성을 뒀다.
뒤늦게 제로 사이다를 내놓은 롯데칠성은 이미 확보해둔 두터운 팬 층을 주요타깃으로 삼았다. 지난해 기준 4000억원 규모의 국내 사이다 시장에서 칠성사이다의 점유율은 78%에 달하는 등 '독주체제'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롯데칠성은 나랑드제로와 같이 색소, 카페인, 보존료, 합성착향료 등을 뺐음에도 불구하고 오리지널 칠성사이다의 맛은 그대로 살렸음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특히 롯데칠성의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 1950년 칠성사이다를 출시한 이후 이렇다 할 변화를 주지 않았던 터라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 점유율 1위 '칠성사이다' 제로버전 '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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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성사이다 제로는 오리지널의 인기를 등에 업고 무섭게 매출을 올리고 있다. 출시 보름 만에 매출 15억원을 돌파했을 정도다.
나랑드사이다 제로의 누적 매출이 12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누적매출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추월 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동아오츠카는 나랑드사이다 제로의 올해 매출 목표를 100억원에 잡은 반면 롯데칠성은 칠성사이다 제로로 하반기에만 나랑드 1년 목표치의 80%인 8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을 정도로 매출 차이가 나고 있다.
동아오츠카가 나랑드사이다 제로의 제품모델로 배우 고수를 발탁하고 광고마케팅에 열심인 것과 달리 롯데칠성은 별다른 광고 활동도 하지 않는 실정이다.
업계 처음으로 제로사이다를 내놓은 동아 오츠카가 '고정팬'의 파워를 누르고 선점업체로서의 강점을 과시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컨슈머타임스 김한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