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산중' 둔촌주공, 자금경색 리스크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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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첩산중' 둔촌주공, 자금경색 리스크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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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장용준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단지가 조합과 시공사업단 간 갈등을 풀고 지난 17일 약 6개월 만에 공사를 재개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업비 상환을 위해 발행한 7000억원 상당의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차환 발행에 실패하면서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부동산 경기 침체에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까지 터지면서 자금시장 경색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가 건설업계를 덮친 것과 시기를 같이 해 '직격탄'을 맞았다는 평가다.

BNK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은 오는 28일 만기가 돌아오는 둔촌주공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ABSTB 차환에 실패했다. 증권사들이 기존 사업비 7000억원에 추가로 1250억원을 더해 총 8250억원의 ABCP 발행을 시도했지만 투자자를 구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부담은 보증을 떠안은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에게 돌아갔다. 내년 초 일반분양을 할 때까지 건설사의 자체자금으로 공사비를 조달하며 버텨야 하는 상황이다.

건설업계에선 최근 강원도가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을 위해 발행한 2050억원 규모 PF ABCP 지급 보증을 철회하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가 된 것이 자금시장 전체를 냉각시켜 둔촌주공 사업비까지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레고랜드 이후부터 일부 대형 건설사와 중견 건설사에 대한 위기설이 증권가 지라시로 나돌 정도"라며 "이에 건설사들이 금융권에서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 루트가 단기간 단절된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당장 사업비를 마련해야 하는 둔촌주공 시공사업단의 건설사별 보증액 규모는 현대건설 1960억원, HDC현대산업개발 1750억원, 대우건설 1645억원, 롯데건설 1645억원으로 추산된다.

둔촌주공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오는 28일까지 채권 발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무산되면 4개 건설사가 각각 보유한 현금을 풀어야 할 것"이라며 "건설사 간 공동 대책 마련은 뚜렷하게 언급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건설사별 대응도 온도차는 있다. 지난 상반기 기준으로 현금성 자산이 3조1000억원에 이르는 현대건설과 1조1000억원인 대우건설은 현금 동원이 무난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반면 6700억원대인 현대산업개발은 대주단의 대책 마련을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고, 6000억원을 보유한 롯데건설도 현금 마련에 분주하다.

더 큰 걱정은 유동성 위기가 언제 끝날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PF가 건설업의 주요 자금 동원 방법이 됐던 것은 기업은 흥망성쇠가 있어도 땅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는 금융권의 확신 때문이었다"면서 "단기적으로 위축된 상황이긴 하지만 정부가 지원을 하겠다고 나선 만큼 이 어려움이 오래 가진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반면 PF가 하반기부터 전면 중단돼 전국적으로 신규 사업이 더 이상 이뤄질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최근의 유동성 위기는 롯데건설이 운영자금 목적으로 최근 2000억원의 유상증자와 더불어 롯데케미칼로부터 5000억원의 자금을 빌리는 수준으로 치달으면서 사태가 생각보다 심각하게 흘러가고 있다"면서 "금융권이 지금보다 더 조이기에 나서면 둔촌주공을 비롯해 향후 대형 공사에도 영향을 미쳐 이번 사태가 생각보다 장기화할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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