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예대금리 '이중고'…저축은행, 설 자리 잃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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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예대금리 '이중고'…저축은행, 설 자리 잃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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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타임스 김하은 기자] 저축은행업계가 올해 상반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금융당국이 '새출발기금' 도입을 앞두고 있는 등 수익성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출 총량 규제로 업황이 악화된 가운데, 수신금리를 일제히 올리고 있는 시중은행과의 경쟁이 심화되자 고객 이탈까지 발생하는 상황에 놓였다.

저축은행 79개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40% 증가한 1조9654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는 이와 같은 호실적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저축은행이 시중은행과의 수신금리 경쟁력에서 이점을 찾기 어렵게 된 탓이다.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2.50%로 올리면서 시중은행들도 일제히 수신금리 인상을 단행하거나 예고했다. 단적인 예로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0.3~0.5%포인트 인상을 적용하면서 최대 연 3.1% 예금금리 상품을 내놨다. 이밖에 KB국민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도 오는 29일부터 수신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인상할 계획이다.

저축은행의 경우 정기예금 상품의 12개월 평균금리는 3.53%, 24개월도 3.53%, 36개월은 3.55%로 나타났는데, 시중은행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고금리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했던 저축은행 상품이 시중은행과 별반 다를 게 없어지자 저축은행업계가 고심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점도 저축은행업계 수익성에 악영향으로 작용한다.

금융위원회는 가계대출 증가율을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 '대출 총량' 규제 시행을 예고하며 올해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총량을 기존 21.1%에서 최대 10.8~14.8%로 내리라고 주문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새출발기금 정책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정부는 새출발기금에 30조원을 투입해 코로나19로 손해를 입은 개인사업자와 법인, 소상공인 중 3개월 이상 장기 연체가 발생한 부실 차주의 원금을 최대 90%까지 감면해줄 예정이다.

하지만 이같은 부실 차주는 저축은행의 주요 고객이다. 금융당국이 원금 감면과 금리 조정을 요구하면 수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통상 부실 차주들은 시중은행 등 제1금융권을 이용하기 어려워 저축은행 문을 두드리기 때문이다.

현재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을 중심으로 시행 중인 예대금리차 비교공시가 저축은행으로까지 확대될 경우엔 더 악재로 다가올 수 있다. 통상 저축은행들은 수익을 남기기 위해 예금과 대출 이자 차이를 크게 두는데, 소비자들이 금리 차이가 적은 대형 은행으로 몰리게 되면 저축은행 업체들의 실적은 더 나빠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위는 "중저신용자대출 비중에 영향을 받지 않는 신용점수 구간별 대출금리 및 예대금리차를 함께 공시함과 더불어 평균 신용점수도 함께 공시하고 있다"며 중저신용 비중이 높은 인터넷은행과 저축은행업계의 우려를 일축했다. 그러나 금리 차이가 높은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은 예대금리차 공시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고객 리스크가 큰 탓에 별도의 금리산정 체계를 적용하고 있어 예대금리차가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 "또한 시중은행에 비해 절대적인 수치면에서도 금리 차가 높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가중되고 이는 결국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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