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 곽호성 기자]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부산 국제금융허브 건설 문제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는 부산을 '글로벌 디지털 금융도시'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서울을 아시아 금융허브 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부산의 금융경쟁력을 높이려는 정책은 변성완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도 갖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유엔아시아본부를 유치해 국제기구 업무 생태계를 만들어서 여의도가 국제 금융핵심기능을 유치하는 결정적 계기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권과 경제계에선 서울과 부산의 국제금융허브 도약과 관련해 좋은 기회가 오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허브 역할을 해 온 홍콩이 쇠퇴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때문에 사람과 기업이 홍콩을 떠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을 한다고 대도시들을 틀어막는 일이 벌어지자 사람과 기업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
홍콩이 기울자 싱가포르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싱가포르는 영국 해군 함대가 싱가포르 항구를 활용하고 있어 안보가 튼튼하다는 평가다. 영국은 금융강국이면서 호주·말레이시아·싱가포르·뉴질랜드와 5국 방위협정을 맺고 있다.
이같이 서울과 부산이 국제금융허브로 부상하려면 싱가포르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의 경우 오세훈 시장 취임 1년만에 국제금융경쟁력이 상당히 좋아졌다.
서울시청은 지난 3월 24일 세계 주요 도시 금융경쟁력 측정지수인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서 서울시가 세계 126개 도시 중 12위였다고 발표했다.
GFCI는 영국 컨설팅그룹인 Z/Yen이 매년 3월과 9월 두 번 발표하는 국제금융경쟁력 평가 지수다. 서울은 지난해 9월에는 13위였다. 오세훈 시장 취임 이전인 2021년 3월에는 16위였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서울을 세계 5대 금융도시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서울시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금융산업 육성 종합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부산시의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순위는 올해 3월 기준 세계 30위다. 세계 126개 국제금융도시 중 30위에 있다. 지난해 9월 순위보다 3계단 올라갔다.
부산은 글로벌 디지털 금융도시로 성장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산은 그만큼 사정이 절박하다. 통계청의 '2020년 지역소득' 자료를 보면 부산의 2020년 지역내총생산(GRDP)은 86조4990억원이었다. 2019년보다 2조6000억원 감소했다. 1인당 GRDP는 2743만원이었다. 전국 16위였다. 지난해 부산의 고령화율은 20.4%였다. 부산 경제는 부진한데 시민들은 늙어가는 상황이다.
부산이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블록체인 산업이다. 부산은 2019년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가 됐다.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는 '글로벌 디지털 금융도시'를 만들기 위한 정책으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부산 이전 추진 △부산투자금융공사 설립 △디지털 자산거래소 설립 등을 내놓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서울과 부산이 국제금융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선 △경제 공동체 크기 확대 △규제 해소 △언어 장벽 해소 △탁월한 인재 양성 등이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는 언어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영어상용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제금융허브 육성 문제와 관련해 "서울은 가능성은 있어보이지만 같은 편인 경제공동체를 포괄적으로 형성하는게 중요한데 중국‧일본‧동남아‧대만이 선택지가 될 수 있고 현실적으로 중국은 어렵다"며 "일본과 대만과의 공조가 중요한데 정치적으로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국제금융허브로의 도약은 덩치가 중요하다"며 "덩치를 경제공동체의 크기를 말하는 것인데 한국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전병서 경희대 객원교수는 국제금융허브를 만들기 위한 방안에 대해 "인재‧제도‧자금이 있어야된다. 외국기관들이 와서 영업할 동인이 있어야 한다"며 "성장률이 세계 평균 이하이고 금융수준이 낙후돼 있으면 있는 외국인도 떠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금융허브 건설이 아니라 들어온 외국인 그리고 해외로 나가는 개미들 잡을 방안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