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 박현정 기자]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과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 시계가 빨라지면서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시중은행들도 미리 달러를 분할매수해 해외여행을 준비하고 '환테크(환율 변동으로 차익을 얻는 투자)'를 노릴 수 있는 외화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은 꾸준히 상승했다. 지난해 1월 4일 원달러 환율은 1082.50원이었으나 2021년 마지막날인 12월 31일에는 108원(9.97%) 오른 1190.50원을 기록했다.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은 17개월 만에 '심리적 지지선'인 1200원대를 넘어섰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오는 3월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며 올해 상반기에는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2022년 경제 및 자본시장 전망 브리핑'을 통해 "올 상반기까지는 달러 강세로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머물겠지만 지속적인 수출 호조와 국내 성장세 개선으로 하반기부터 안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연준 의원들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게 정당화될 수 있다"고 언급했으며 지난 13일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 지명자는 상원 금융위 인준 청문회에서 오는 3월 기준금리 인상 시작을 시사해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불을 지폈다.
달러 등 안전자산 선호 심리는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이어왔다. 지난달 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달러 외화예금 잔액은 594억3421만달러(약 70조5000만원)로 1년 전 대비 63억달러(약 7조5000만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관심 속에 투자자들은 환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자 일반 소비자들 가운데서도 해외여행, 유학 등을 준비하고자 외화통장을 찾는 발길이 늘었다. 시중은행들은 수요에 따라 외화 예·적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0월 해외여행 준비 고객들이 24시간 환전할 수 있는 'KB외화머니박스' 서비스를 오픈한 데 이어 지난 7일 'KB두근두근외화적금'을 출시했다. 'KB두근두근외화적금'은 최소 1달러부터 최대 1만달러(약 1200만원)까지 자유 저축이 가능한 상품이다. 환율이 낮을 때 비대면으로 달러를 적립해 여행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포인트다.
전북은행도 하나투어와 함께 지난 12일 'JB 여행스토리 외화적립예금'을 선보였다. 해당 상품은 하나투어를 통해 여행상품을 결제한 경우 결제금액의 3% 캐시백과 그랜드 하얏트 제주 호텔 및 사이판 특별상품 할인 우대 혜택을 제공한다.
NH농협은행은 지난 3일 'NH환테크 외화회전예금' 2종을 출시했다. 해당 상품은 매일회전주기 종료일에 따라 고객의 목표환율에 도달하면 자동해지, 도달하지 않으면 자동 회전되는 정기예금 상품이다. 최소 100달러(약 12만원) 이상, 최대 100만달러(약 12억원) 이하에서 개인, 법인 모두 가입 가능하다.
달러 강세는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환율 상승을 주도했기 때문에 적어도 이번 달 말 FOMC까지는 환율이 1200원을 중심으로 등락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번 분기 중 고점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환율 변동성이 극심해서 환율을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이 때문에 환율이 낮을 때 나눠서 살 수 있고 한도가 비교적 적은 해외여행 상품이 출시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