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슈머타임스 박현정 기자] 최근 환율 변동에 따라 차익을 얻는 '환테크족'이 늘고 있다. 미국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감축)과 기준금리 인상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달러 투자가 인기를 얻은 영향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달러예금 총 잔액은 지난 10월 말 기준 541억1871만달러다. 9월 518억 8020만달러보다 22억3800만달러(한화 2조6453억원)가량 증가했다.
최근 달러 환율은 꾸준히 올라 1180원대 선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달러 강세에도 외화예금이 증가한 것은 환율이 지금보다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는 미국의 테이퍼링이 본격화된 영향이 크다. 미 연준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이달부터 매월 150억 달러(약 17조7000억원)씩 자산 매입 규모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미국 기준금리도 내년 6월경 인상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은은 보다 앞서 오는 25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경우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고 원화 가치 하락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 빠른 개인투자자들은 이미 몇 달 전부터 미국, 동남아 등 해외 주식과 안전자산인 달러, 금 등으로 자산을 옮겨왔다. 또 최근 미 증시 호조에 '서학개미'(개인 해외 주식 투자자)들도 대폭 늘었다.
은행들도 이에 맞춰 달러 예·적금과 해외주식 연계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SC제일은행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차용한 '456 실시간 모바일 환전 이벤트'를 다음달 7일까지 진행한다. 45.6달러 이상을 실시간 외화 사고 팔기로 거래한 고객에게 총 456만원 상당의 경품을 증정한다.
광주은행은 환테크족을 노리고 이달 초 '달라진 환테크 외화정기예금'을 선보였다. 1000달러 이상을 3~12개월 내로 예치할 수 있고 연 0.20%포인트 우대금리(12개월 기준)를 제공한다. 또 '외환매매 예약 서비스'를 도입해 희망 환율 도달 시 자동으로 외화 거래가 가능하다.
KB국민은행은 20개국 외국 통화를 365일 24시간 환전 가능한 'KB외화머니박스' 서비스를 지난달 27일 오픈했다. 해당 서비스는 지난 15일 기준 가입 1255건, 48만달러의 실적을 기록하면서 인기를 얻었다.
하나은행은 지난 8월 삼성증권과 연계한 '하나 밀리언달러 통장'을 출시했다. 해외주식 매매, 체크카드 외화결제, 해외여행·유학준비 등을 통장 하나로 관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으로 지난 11일 기준 1만9939좌가 발급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상승장에 하락한 달러를 저가에 매수하고, 주식 조정 시기가 닥치면 달러를 팔고 주식을 매수하는 투자 기법이 2~3개월 전부터 유행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온라인·모바일 등으로 외화투자를 소액부터 간편하게 할 수 있고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의 영향으로 해외여행이 조금씩 풀려 외화투자가 앞으로도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