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피 [copy] 1. 같은 말 : 복사(複寫), 2. '모사'로 순화. (포털 '다음' 국어사전 참조)
국내 식∙음료 업계에 '카피바람'이 거세다. 카피제품이 생활 속 곳곳에서 넘쳐나고 있다. 관심을 갖지 않는 이상 어느 것이 '원조'제품인지 소비자들은 알아차리기 어렵다.
가짜를 의미하는 '짝퉁'과는 거리가 멀다. 만드는 업체가 분명하고 생산단계가 투명하다. 그럼에도 소비자는 불쾌하다. 원조인양 과시하고 당당히 광고하는 '철면피'에 기가 찬다. '진짜' 혹은 '원조'를 추구하는 소비자 패턴은 국적을 불문한다. '비슷하게 보이지만 아니다'는 반론이 나올 법 하나 판단은 소비자에게 맡긴다.
중국산 '짝퉁'을 의미하는 '산자이'. 그랬던 산자이가 최근에는 글로벌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한다. 진짜를 뛰어넘는 '카피제품'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술력이 중심에 있다.
이를 식∙음료에 대입하면 맛과 제품 디자인으로 압축된다. 얼마만큼 진일보 했을까. 얼마만큼 차별화를 뒀을까. '모방'만 하고 '창조'는 게을리 하지 않았을까. 본보는 국내 식∙음료 업계를 중심으로 '카피제품'의 단면을 들여다 봤다. [편집자주]

◆ 하이츄의 since 1957 '전통', 마이쮸의 천연과즙 '웰빙'
지난 2005년 소프트캔디시장에는 국제적인 상표권 분쟁이 일었다. 일본의 유명 제과업체인 모리나가세이카가사가 크라운제과를 상대로 상표권 침해중지 청구소송을 제기했기 때문. 결론은 크라운제과의 승리였다.
모리가나사는 크라운의 '마이쮸(MYCHEW)'가 자사의 '하이츄(HICHEW)'와 비슷하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유사상표가 아니다"라며 크라운에 손을 들어줬다.
크라운은 소송 중 재빨리 일본에 마이쮸에 대한 상표를 등록한 데 이어 국내 특허청에 상표등록까지 마쳤다.

당시 모리나가사의 소송은 이례적인 일로 업계에서는 크라운의 마이쮸를 견제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소비자들 사이에서 모리가나사의 '하이츄'와 크라운의 '마이쮸'는 유사한 외향과 맛으로 '쌍둥이' 제품으로 불린다.
하이츄는 1975년 일본에서 만들어진 제품으로 국내에선 1000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다. 전통을 중시하듯 출시년도가 포장 디자인 오른쪽 상단에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제품 종류는 딸기와 포도맛 두 가지가 대표적이다. 설탕과 농축요거트, 포도(혹은 딸기) 농축액 등으로 맛을 냈다.
마이쮸는 500원으로 하이츄의 2분의1 가격이다. 다만 내부 용량은 하이츄와 마이쮸가 각각 57g에 235kcal, 40g에 165kcal로 다르다. 개별 포장은 12개, 10개로 하이츄가 2개 더 많이 들어있다.
마이쮸의 단맛은 아엿, 백설탕과 혼합요구르트베이스를 사용해 원재료에 약간의 차이가 존재한다. 특히 포도(혹은 딸기)과즙 5%를 첨가한 것이 눈길을 끈다. 외부 포장에도 '과즙 5%'를 강조하고 있다.

반면 포장에선 하이츄가 좀 더 편리성과 제품 보호성을 높였다. 하이츄는 내부를 알루미늄박으로 싸 외부 열과 차단해 녹는 것을 막고 거꾸로 들면 쏟아져 나오도록 고안했다. 마이쮸 포장은 에틸렌수지로 하이츄와 달리 한개를 꺼낼 때마다 포장을 찢어야 한다.
제품 모양에서도 미묘한 차이는 존재한다. 포장을 까 놓고 보면 하이츄는 하얀색에 유색 심이 들어있는 형태이며 매끈하다. 마이쮸는 줄무늬에 한가지 색깔로 통일돼 있다.
◆ 마이쮸, 소프트캔디 시장 7년 연속 '1위'
그러나 하이츄가 일부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것과 달리 마이쮸는 보편화 돼 있어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은 마이쮸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실제 마이쮸는 과급함유와 천연색소 사용한 것들이 국내 웰빙 트랜드와 맞물려 2004년 출시 이후 7년 연속 소프트캔디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딸기와 포도맛 2종뿐이었던 것에서 사과, 요구르트, 오렌지, 레몬맛, 복숭아맛 등 새로운 맛을 계속 선보인 것이 고객들의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이외에 마이쮸는 호주, 싱가포르 등 수출에 박차를 가하면서 국내를 넘어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 수출을 앞두고 있어 마이쮸와 하이츄의 일본 대결도 귀추가 주목 된다.
컨슈머타임스 김한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