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피 [copy] 1. 같은 말 : 복사(複寫), 2. '모사'로 순화. (포털 '다음' 국어사전 참조)
국내 식∙음료 업계에 '카피바람'이 거세다. 카피제품이 생활 속 곳곳에서 넘쳐나고 있다. 관심을 갖지 않는 이상 어느 것이 '원조'제품인지 소비자들은 알아차리기 어렵다.
가짜를 의미하는 '짝퉁'과는 거리가 멀다. 만드는 업체가 분명하고 생산단계가 투명하다. 그럼에도 소비자는 불쾌하다. 원조인양 과시하고 당당히 광고하는 '철면피'에 기가 찬다. '진짜' 혹은 '원조'를 추구하는 소비자 패턴은 국적을 불문한다. '비슷하게 보이지만 아니다'는 반론이 나올 법 하나 판단은 소비자에게 맡긴다.
중국산 '짝퉁'을 의미하는 '산자이'. 그랬던 산자이가 최근에는 글로벌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한다. 진짜를 뛰어넘는 '카피제품'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술력이 중심에 있다.
이를 식∙음료에 대입하면 맛과 제품 디자인으로 압축된다. 얼마만큼 진일보 했을까. 얼마만큼 차별화를 뒀을까. '모방'만 하고 '창조'는 게을리 하지 않았을까. 본보는 국내 식∙음료 업계를 중심으로 '카피제품'의 단면을 들여다 봤다. [편집자주]

◆ 오리온 '포카칩' 부동의 1위
전세계 기준 연간 20조원 가량의 시장 규모를 자랑하며 소비자들 사이에 가장 인기 있는 스낵과자로 알려진 '감자칩'. 이를 방증하듯 농심과 오리온으로 대표되는 국내 감자칩 시장의 경쟁도 뜨겁다.
농심은 국내 제과시장에 감자칩을 처음 선보였다. 20일 제과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1980년경 '칩포테토'(당시 포테토칩)를 출시했고 뒤이어 오리온은 1988년 유사 제품인 '포카칩'을 선보였다. 해태제과도 1998년 '生生(생생)칩'을 내놓으며 후발주자로 나섰다.
2000년부터는 오리온이 '원조'인 농심을 누르고 감자칩 시장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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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의 '生生칩'에는 호주산 감자 91%가 함유돼있다. 해바라기유와 팜올레인유를 사용한 점이 오리온과 같다.
열량은 제품 60g을 기준으로 농심이 330kcal, 오리온은 328.61kcal, 해태는 350kcal다. 타 제품에 비해 해태 '生生칩'의 열량이 20kcal 가량 높다.
감자칩의 짭짤한 맛을 내는데 사용되는 나트륨은 농심 '칩포테토'에 180mg, 오리온 '포카칩' 230mg, 해태 '生生칩' 210mg으로 오리온 제품에 가장 많이 들어 있었다.
가격은 대형마트 기준 농심 '칩포테토'가 10g당 175원, 오리온 '포카칩'이 190.4원, 해태 '生生칩'이 172.3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리온 제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셈이다.

◆ 농심 '秀美칩', 시장 지각변동 예고
최근 농심이 국내산 감자로 만든 '秀美(수미)칩'을 새롭게 출시하면서 감자칩 시장에는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출시된 이 제품은 월 평균 15억원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 매출 70~80억원에 달하는 '포카칩'을 따라잡기에 당장은 역부족인 듯 보인다. 하지만 '秀美칩'의 인기추이를 감안할 때 농심이 곧 감자칩 '원조'로서의 명성을 되찾을 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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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감자칩의 두께가 약 1.3mm인데 반해 이 제품의 두께는 2mm로 더 두툼하다. 가격은 대형마트 기준 10g당 188.23원으로 기존의 자사 감자칩보다 비싸지만 오리온 '포카칩' 보다는 낮다.
바삭한 식감, 짭짤한 맛이 생명인 감자칩 시장에서 농심이 후발주자들을 물리치고 1위 자리에 오르기 까지 한바탕 접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컨슈머타임스 최미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