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트래커' 공포…누군가 당신을 '유리알 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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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트래커' 공포…누군가 당신을 '유리알 감시'
  • 김한나 기자 hanna@cstimes.com
  • 기사출고 2011년 04월 29일 0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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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궤적 고스란히 열람 사생활 침해 우려…문자-통화목록까지 유출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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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폰 위치정보 열람이 가능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프로그램 '아이폰 트래커(iphone Tracker)'를 실행하자 뜬 숫자들이다.

기자가 방문한 위치의 위도와 경도, 방문한 날짜가 차례로 뜬 것이다. 구글맵을 통해 해당 위도와 경도를 확인해 본 결과 서울시 종로구 인의동에 위치한 본보의 건물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실행해 보니 예상보다 훨씬 자세하게 사용자의 위치 이동정보가 확인 돼 충격적이었다. 비밀번호된 잠금장치도 속수무책이었다.

그런 가운데 애플은 누구의 위치 정보도 추적하지 않았다며 전면 부인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 날짜-위도-경도 '고스란히' 노출

해당 프로그램의 다운로드를 위해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니 이미 아이폰에 숨겨져 있는 위치 정보파일을 표시하는데 그친다고 안내돼 있었다. 다만 홈페이지에 올라있는 프로그램은 애플의 PC인 맥북용으로 윈도우를 사용하는 PC에서 실행하기는 쉽지 않았다.

포털 검색창에 '아이폰 트래커 윈도우 버전'이라고 검색하자 인터넷 블로그와 커뮤니티 등 온라인을 통해 손 쉽게 다운로드가 가능했다.

사용방법도 비교적 간단했다. 애플의 운영체제인 iOS4 이상 버전이 깔린 아이폰을 아이튠즈로 컴퓨터와 연결해 백업한 후 트래커를 실행시키면 이동경로가 뜨는 형식이었다.

트래커를 통해 아이폰을 개통한 지난해 12월16일부터 29일 현재까지의 행적이 고스란히 표시됐다.

앞서 이야기 했듯 이동한 장소의 위도와 경도는 물론 날짜까지 표시됐다. 아울러 오래도록 머문 곳은 진한 보라색에 큰 원으로 표시되며 머문 시간이 짧을수록 점차 작은 붉은 원과 주황색, 노랑색으로 표현됐다. 기자 조차 기억에서 잊을 정도로 잠깐 방문한 지역까지 표시하고 있어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이러한 위치정보를 열람해 보는 동안 아이폰의 잠금기능도 별 다른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비밀번호 등의 개인정보는 아예 필요치 않았다. 만약 누군가 악의적으로 개인의 위치정보를 수집하기 원할 경우 개인 휴대전화만 있으면 손쉽게 노출될 개연성이 크다는 얘기다.

또 트래커를 이용해 위치정보를 빼기 위해서는 아이튠즈를 이용해 백업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개인이 휴대전화에 보관 중인 문자, 수∙발신 통화 목록, 사진, 동영상, 연락처 등도 함께 유출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특히 트래커는 아이폰의 위치 정보 기능을 종료하거나 전원을 꺼 놓아도 저장되는 결과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용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위치정보가 저장된다는 얘기다.

   
 
◆ 백업 후 이용 탓 다른 정보도 유출 가능성

이에 아이폰의 위치정보 저장 자체보다 이 정보가 개인식별이 가능한지 여부에 중점을 뒀던 방송통신위원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애플은 이미 사업자 허가 요청 시 '개인이 식별할 수 없는' 형태로 이용자의 위치정보를 수집한다고 약관에 명시해 왔기 때문.

트래커가 아이폰이 수집한 위치정보를 읽어내는 것이라면 위치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관련법에 의거해 영업정지, 과징금 부과 등의 처분까지 내려질 수 있는 상황이다.

방통위는 이와 관련 지난 25일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방통위 관계자는 "애플에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관련 법에 위반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애플 코리아에 질의서를 보내고 공식 답변을 요청한 상태"라며 "답변에 따라 소비자들이 궁금해 하는 위지이력 정보가 저장된 이유나 어떻게 이용됐는지 등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질의 내용에는 △위치정보가 저장되는 주기 및 기간 △이용자가 위치정보가 저장되지 않도록 선택하거나 삭제할 수 있는지 △이용자의 위치 이력정보를 스마트폰에 저장되도록 한 사유 △컴퓨터 백업 시 이 정보를 암호화하지 않고 저장한 이유 △스마트폰에 축적된 정보를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형태로 애플 서버에 수집하거나 이용하고 있는지 등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는 지난 28일 "아이폰에 저장된 위치 정보는 사용자 주변의 와이파이존과 기지국에 관한 데이터베이스일 뿐"이라며 "사용자의 위치에 대해선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개인열람이 가능해진 탓에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한 소비자는 "애플이 개인의 위치정보를 수집한 것이 문제라기 보단 국내 이동통신사들과는 달리 암호화하지 않고 저장한 것이 문제"라며 "이러한 정보의 개인 식별이 가능해 짐에 따라 범죄로 악용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우려했다.

다른 소비자는 "악의적 의도를 가진다면 아이폰을 통해 개인의 거주지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개인이 열람할 수 있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라고 꼬집었다.

컨슈머타임스 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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